남북이 유엔 안보리 안팎에서 펼친 천안함 사건 브리핑 공방이 일단락됐다. 안보리 이사국들의 다수가 한국 민군 합동조사단의 브리핑 내용에 대체로 공감을 표시한 것을 보면 우리측의 판정승이다. 북한의 신선호 주 유엔대표부 대사는 안보리 브리핑과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조사결과가 날조라고 주장했으나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다음 단계는 북한에 대한 후속 조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이사국들의 비공식 협의다.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의지를 담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느냐에 정부의 천안함 외교 성패가 달려 있다. 결의안이냐 의장성명이냐의 형식도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정부 관계자가 "형식보다는 내용"이라고 말한 것으로 미뤄 결의안보다는 한 단계 낮은 의장성명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기권할 가능성이 있는 결의안보다는 이사국들의 합의로 이뤄지는 의장성명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점도 고려된 듯하다.
문제는 의장성명도 정부가 바라는 수준의 대북 규탄 내용을 반영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정황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좀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여전히 유보적 자세다. 한국 민군 합동조사단의 브리핑에 대해 미국과 프랑스 대사 등이 지지를 밝히자 중국과 러시아 대사가 "지지 여부를 밝히는 자리가 아니라 설명을 듣는 자리"라고 각을 세운 사실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1996년 강릉 앞바다 북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과정에서도 북한의 책임을 흐리는 물타기를 한 바 있다.
외교무대는 무엇이 진실이냐보다는 항상 관련국들의 이해관계가 더 우선시되기 쉽다. 천안함 외교전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에게 중요한 것은 천안함의 진실보다 한반도 안정을 명분으로 한 자신들의 국익일 것이다. 그렇다면 천안함 진실만을 앞세워 중ㆍ러 두 나라를 설득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한계가 있다. 동북아 역학구도와 한반도 정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입체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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