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요즘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말을 연발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96개 공공기관 평가에서 유일하게 최고점인 S등급을 받은 데다, 김쌍수 사장도 기관장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아 다른 4명의 기관장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여기에 강승철 상임감사위원도 10개 기관 상임감사ㆍ감사위원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한 때 비리 온상으로까지 불려졌던 한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로 그 동안 한전에 개혁 드라이브를 건 김 사장의 역할을 빼 놓을 수 없다. 그는 2008년8월 취임 이후 “단 한 장의 깨진 유리창도 용납할 수 없다”며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한 데 이어 차장급 이상 전 직위에 대한 공개 경쟁 방식의 공모 인사 등을 통해 고질병인 인사 청탁을 근절시켰다. 직위나 직급ㆍ지역 등에 상관없이 현 보직자 전원이 모든 직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원ㆍ경쟁하는 시스템은 한전 직원들에게는 혁명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사장은 또 기존의 것을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자는 의미의 신경영기법인 ‘TDR’(Tear Down & Redesign)을 통해 한전 개혁의 고삐를 풀지 않고 있다. 콤팩트형 변전소 개발(230억원) 등 이미 142개의 TDR 과제를 도입, 4,2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고, 일하는 방식 개선(7,000억원)과 틈새예산 절감(6,000억원) 등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물론 한전이 최우수 기관으로 평가된 데에는 지난해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의 힘도 결정적이었다.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워룸’(War Room)을 설치한 뒤 정부와의 유기적인 협력 하에 세계 6번째 원전 수출이란 대업을 이뤘다. 수주액 186억달러는 현대차 ‘쏘나타’ 100만대를 수출한 것과 같은 규모. 최근에는 터키로의 제2 원전 수출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한전은 기존의 사업에만 안주하기 십상인데 이와 달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데다가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전은 실제로 2020년까지 매출 85조원(해외매출 27조원) 달성으로 글로벌 5위권의 전력 회사로 올라서겠다며 ‘2020 뉴 비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이 비록 S등급을 받았다고 해도 이는 공공기관 중에서일 뿐이라는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경영 실적에서 한전은 지난해 5,687억원의 적자를 내 초라한 성적을 올렸다. 2008년의 3조6,592억원보다는 적자 폭이 크게 줄었고, 정치적 고려에 따른 전기 요금 인상 억제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란 점을 감안해도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대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과 흑자 전환 등이 앞으로 한전과 김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이 전문가들 고언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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