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 송전선으로 인해 토지수용 당시 보상금을 적게 받은 주민들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원심과 달리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송전선으로 인한 피해는 인정하면서도 보상금 산정은 감정평가사의 일이어서 한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18부(부장 조희대)는 인천시 주민 101명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한전은 주민들의 토지를 불법 점유한 대가인 임료 6,100여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원심에서 한전에 책임을 물은 토지수용 보상금 감액분 13억4,000여만원에 대해선 원심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한전은 1970년대 후반 인천 서구 임야 등에 철탑 및 154Kv 또는 345Kv의 특별고압송전선을 설치했다. 2006년 대한주택공사(주공)는 해당 토지에 국민임대주택을 조성하고자 토지수용을 위한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감정평가법인은 '토지보상평가지침'에 따라 송전선이 설치된 토지를 다른 토지에 비해 많게는 1억원 이상 감액 평가했고, 주민들은 감액된 만큼 배상하라며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한전은 "토지 수용 시 송전선 설치와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해야 했다"며 잘못된 평가를 한 주공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러나 1심은 "당초 피고가 보상했어야 하는데도 회피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주공에게 전가하는 것은 신의칙에 비춰 허용될 수 없다"며 임료와 함께 줄어든 보상금의 차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감정평가법인이 근거로 삼은 지침은 한국감정평가업협회의 내부 기준에 해당할 뿐, 국민과 법원을 기속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관련법에 따르면 송전선 설치로 인한 이용제한을 고려하지 않고 토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감액 평가된 것은 잘못이지만 그 책임은 한전에게 물을 수 없고, 평가 당시 이의를 제기했어야 된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주민들의 사연이 안타깝지만 법적으로 구제받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소송 대상을 주공으로 바꾸더라도 위법한 처분이 있었던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이미 그 기간은 지났다"고 밝혔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