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아르헨티나와의 남아공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지구전'을 암시했다. 수비를 두텁게 하고 상대가 조급해지기를 기다려 역습으로 틈을 노린다는 계산이다. 허 감독의 구상대로 경기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후반 중반까지는 실점하지 않아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강의 화력을 자랑한다. 한 두 사람의 힘으로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세르히오 아구에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의 개인기에 대적할 수 없다. 악착 같은 협력 수비로 이들의 발을 지치게 해야 한다. 4-2-3-1 포메이션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기성용(셀틱), 김정우(광주 상무) 듀오의 활약이 중요한 까닭이다. 이들은 포백 수비라인의 앞에 배치돼 상대 공격을 2선에서 저지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성용은 평소보다 수비적인 임무가 커질 전망이다.
아르헨티나의 파상 공세를 막기 위해서는 공간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수비라인과 미드필드의 간격을 좁히고 타이트하게 상대 공격수들에게 따라 붙어야 한다.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불편하게 할 필요가 있다. 끈질긴 협력 수비가 필수적이다. 기성용, 김정우와 포백 수비진의 유기적인 호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병' 김정우의 '불사조 투혼'에 기대가 쏠린다. 김정우는 그리스전에서 놀라운 활동량으로 중원을 장악하며 2-0 완승의 숨은 공신이 됐다. 10km 이상을 질주하며 공격과 수비에서 만점 활약을 펼쳤고, 특히 그리스 중원의 핵 요르고스 카라구니스를 철저히 봉쇄했다. 김정우의 전방위 압박에 발이 묶인 카라구니스는 결국 하프타임에 벤치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지난 4일 스페인과의 친선 경기에서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 안드레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 등 정상급 미드필더들과 맞섰던 김정우는 자신감에 충만해있다. 그는 14일 기자회견에서 "협력 수비로 공간 허용을 최소화한다면 승산이 있다. 스페인전 경험이 아르헨티나와 맞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옹골찬 각오를 보였다.
루스텐버그(남아공)=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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