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각 팀에 주어진 지상 과제는 고지대 적응이었다. 사커 시티 경기장과 엘리스 파크 경기장이 위치한 남아공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는 해발 1,753m의 고지대다. 사커 시티에서는 개막전, 조별예선, 결승 토너먼트, 결승전이 열리고, 엘리스 파크에서는 조별예선과 결승 토너먼트가 펼쳐진다. 한국 대표팀도 해발 1,000m 이상의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와 남아공 루스텐버그에서 훈련하며 고지대 적응에 몰두했다.
머릿속 걱정이던 고지대 변수는 개막 테이프를 끊자 데이터로 뚜렷이 확인되고 있다. 15일 오전(한국시간)까지 22팀(11경기)이 나란히 한 경기씩을 소화한 가운데 선수들이 뛴 거리의 합계는 극과 극의 고지대 효과를 보여준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출전 선수들이 가장 많이 뛴 팀은 남아공으로 118.853㎞에 이르렀다. 남아공 다음으로는 멕시코가 116.188㎞를 뛰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팀은 사커 시티에서 열린 개막전서 맞붙어 1-1로 비겼다.
사커 시티 또는 엘리스 파크에서 펼쳐진 경기는 남아공-멕시코전을 포함해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엘리스 파크), 네덜란드-덴마크전(사커 시티)까지 3경기였는데 남아공과 멕시코를 제외한 4팀은 뛴 거리에서 전부 하위권에 처졌다. 나이지리아는 93.422㎞로 22팀 중 최하위였고, 아르헨티나는 95.326㎞로 20위에 자리했다. 또 네덜란드와 덴마크도 18위와 14위로 바닥에 가까웠다.
개최국이라 자국 내 환경에 익숙한 남아공과, 대도시들이 대부분 해발 2,000m 이상 고지대에 위치한 멕시코는 고지대 변수에서 예외인 셈이다. 반면 고지대 환경이 상대적으로 낯선 아르헨티나 등 4팀은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남미 예선에서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에 각각 1-6, 0-2로 완패한 쓰라린 기억이 있다. 해발 3,000m 안팎의 고지대에서 열린 원정 경기였다.
한편 한국은 그리스전서 108.831㎞를 뛰어 6위, 일본은 한국보다 한 계단 위인 5위(109.940㎞)에 올랐다. 또 선 굵은 축구가 특징인 유럽의 경우 독일(4위)만이 5위 내에 포함됐고, 독일에 0-4로 크게 진 호주가 3위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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