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하게 그리스를 꺾은'허정무호'가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도 승리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허정무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14일 기자회견에서 구약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하며 강호 아르헨티나에 두려움 없이 맞서겠다고 말했다.
다윗은 물맷돌을 가지고 갑주를 두른 골리앗을 쓰러뜨렸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등 세계 최강의 공격진을 보유한 '골리앗' 아르헨티나의 약점을 노릴 한국 축구의 '물맷돌'을 살펴본다.
체력은 자신 있다
한국 축구의 최대 강점은 지칠 줄 모르고 뛰는 체력이다. 해발 1,753m 고지인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르헨티나전에 대비해 대표팀은 1개월 가까이 체계적으로 체력을 다듬었다.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지성(맨유)은 "체력 측정에서 전체적으로 좋은 데이터를 받았다"고 말했다. 기성용(셀틱)도 "체력이 좋은 궤도에 올라 있다. 아르헨티나만큼의 공격력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전 후반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초반 공세를 잘 버텨낸다면 후반에 승부수를 걸 수 있는 까닭이다.
벤치 싸움도 밀리지 않는다
허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수로서 마라도나는 최고였다. 그러나 감독으로서 역량은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수로서의 맞대결에서는 졌지만 사령탑 대결에서는 물러설 수 없다는 오기가 담긴 발언이다.
허 감독의 수 싸움은 물이 올랐다. 그리스전에서의 냉철한 판단력은 외신으로부터도 격찬을 받고 있다. 반면 아르헨티나 벤치는 불안하다. 마라도나 감독은 나이지리아전 90분 내내 좌불안석이었다.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한 존재다.
선수들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스스로 흥분해서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아르헨티나에 비해 안정된 한국의 벤치는 이변을 기대하게 하는 또 다른 요소다.
정보전에서 앞서고 들어갔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대표팀 코칭 스태프는 아르헨티나 개개인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를 작성해 이를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허 감독은 아르헨티나의 전술 운용에 대해 이례적으로 길게 설명했다. 상대에 대한 분석을 완벽히 마쳤다는 자신감이 비쳐졌다. 상대의 수를 읽으면 허를 찌를 방법도 강구되기 마련이다. 당황하지 않고 시시각각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한국 축구에 어둡다. 박지성 정도가 얼굴이 알려졌을 뿐이다. '빠른 팀'이라는 추상적인 정도로만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경기가 예상 밖으로 전개될 경우 당황하는 쪽은 아르헨티나가 될 수 밖에 없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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