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뜨고, 서서 뜨고, 가다 뜨고, 오다 뜨고, 눈 비비다 뜨고, 졸다 뜨고…." 국립창극단 단원 박애리(34)씨가 제1회 '웰다잉(well-dying) 문화제'에서 들려줄 판소리 '심청가' 중 '눈 뜨는 대목'이다. 심청이 아버지는 물론 망자 맹인까지 눈 뜨는 대목에서 자진모리 가락은 배꼽을 쑥 빼놓는다. 엄정한 양식부터 당대적인 변형까지, 집단적 연희와 솔로이스트의 기량에 각각 초점을 맞춘 국악 유산들이 여름을 맞는다.
제1회 웰다잉문화제
불교성개발원과 사단법인 지혜로운여성이 마련한 웰다잉 문화제에는 '아름다운 삶의 향연'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웰빙 열풍을 한번 뒤집어,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 중심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영산재(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가 있다.
일명 범패로 잘 알려진 이 제의는 49재 때 행해져 죽은 자들에게 극락왕생을 누리게 하는 자리로, 전통 음악의 보고로서 의미가 크다. 사찰 내의 큰 종을 치는 타종식을 시작으로 사물악기로 연주되는 '홍고(弘鼓)'와 '법고(法鼓)', 독경과 바라춤이 어우러지는 '천수바라' 등 모두 일곱 마당을 구해 스님 등 영산재보존회 소속의 세 스님이 주재, 무대의 의미를 깊게 한다. 연출 동국대 문화예술대 김명렬 교수.
일반 국악 공연도 무대의 뜻을 깊게 한다.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TV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 '오나라'를 부르기도 했던 박애리씨의 무대를 '아리랑 환상곡'이 잇는다. 1976년 북한 작곡가 최성환이 지어 1992년 카네기홀에서 연주됐던 작품이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씨가 자신의 '침향무'를 직접 연주하는 순서도 마련돼 있다. 박씨는 "이번 무대는 종교 의식이라기보다 소리로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자리"라고 말했다. 2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703-6599
김용우의 강강술래
아무 수식 없이 소리꾼이라는 말만 고유의 수사처럼 따라붙는 김용우씨의 이번 목표는 강강술래다. 그의 새 무대 '江ㆍ江ㆍ술ㆍ來'는 '진강강술래'와 '남생이놀이'를 시작으로 '청어엮기' '고사리엮기' '밭갈이가세' 등 민요를 타고 신명 나는 현장을 두루 들른 뒤, '개고리타령' 등 마무리 수순으로 이어지는 새 시대의 노동요다.
김씨가 서울대 국악과 재학 시절 중요무형문화재 제51호 남도들노래 창 분야 기능보유자인 조공례씨를 20여 차례 찾아 직접 배운 소리를 이 시대에 맞게 끌어당긴 결과다. 무대에서는 남자 소리꾼들이 흥겹게 매기고 받다가, 관객과 함께 원무를 추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록 밴드, 12인조 여성 무용단의 춤사위가 흥을 돋운다. 7월 3, 4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02)3143-7709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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