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5일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일부 의원들이 여권 쇄신책으로 제기한 '박근혜 구원투수론'을 일축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기 직전 전대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당대회에 안 나간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는 물음엔 "(전대 불출마를) 알고 계시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그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전대 출마를 검토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를 경선 없이 대표로 추대하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져도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표는 차기 대선후보 경쟁이 본격화할 때까지 줄곧 '비주류 행보'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방선거 이후 여권에선 "박 전 대표가 2004년 총선 직전 탄핵 역풍을 맞은 당을 구했을 때처럼 이런저런 것을 재지 않고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갈등 관계'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스스로 정권의 한 축을 맞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와 현정권은 정체성 뿐 아니라 세종시와 4대강 등 주요 정책에서도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당을 맡는다면 여권 내에서 사사건건 충돌이 발생하는 등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 역할론을 주장하는 친이계 의원들이 박 전 대표를 진정으로 도울 마음이 있는지, 위기전환용 카드로 소모하려 하는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대국민연설에서 '젊고 활력 있는 정당'을 주문하면서 세대교체론에 힘을 실어주자 박 전 대표가 이를 의식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침묵, 관망 정치'가 길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친박계 재선 의원은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부적절한 행보"라며 "박 전 대표가 2006년 6월 대표를 사퇴한 뒤 손을 놓고 있다가 결국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패배한 상황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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