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는 시장에 나오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인수를 검토하겠다. 외환은행은 사업분야가 제한돼 있어 관심이 없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일성은 '은행에 치우친 KB금융의 사업구조 다각화'였다. 그는 다각화에 도움이 되는 우리금융은 인수를 검토하겠지만 외환은행은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 수장의 이같은 구상은 향후 금융권 인수ㆍ합병(M&A)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어 내정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KB지주가 추진할 M&A 조건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꼽았다. 그는 "전통적인 예금ㆍ대출 업무뿐 아니라 증권, 투신 같은 비은행 분야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산하에 은행ㆍ증권ㆍ보험사 등이 다양하게 갖춰져 KB와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지만, 증권ㆍ투신 등이 없는 외환은행은 가격(5조~6조원)도 비쌀 뿐 아니라 합병 효과가 크지 않다는 논리다.
그는 "규모가 꼭 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메가뱅크도 당장의 관심사가 아니다"고 신중함을 보였다. 하지만 KB가 우리금융과 합칠 경우, 자산규모 650조원의 세계 30~40위권 대형 은행이 탄생하는 만큼 그가 말한 사업다각화는 곧 대형화를 의미할 수 있다.
실제로 어 내정자는 최근 수 차례에 걸쳐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세계 50위권 은행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KB를 금융의 삼성전자로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M&A를 해야 한다면 '볼커 룰'이 국제적으로 본격화되기 전에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뜻도 밝힌 바 있다. 볼커 룰이란 대형 금융기관의 부실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은행의 M&A시 부채 규모가 전체 은행 부채의 10%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으로, 지난달 20일 미 상원을 통과했다. 비록 이날 신중론을 펼치긴 했지만 우리금융 M&A를 추진할 경우, 마냥 느긋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결국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자금도 풍부한 KB금융이 우리금융 M&A 등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나설 경우, 외환은행과 증권ㆍ보험업계까지 포함한 전체 금융권 구도개편도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직은 정부가 시장의 반응을 살펴가며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KB가 적극적으로 나온다면 조기에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
어 내정자는 이날 흐트러진 KB금융 조직의 경영 합리화도 강조했다. 그는 "경영 합리화는 인력 구조조정과 다르다"며 "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적의 인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순이자마진(NIM)을 중심으로 효율화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며 향후 1~2년 동안은 이 문제에 집중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은행장을 포함한 계열사 인사에서도 내부 승진을 우선시하겠다는 원칙도 밝혔다. 어 내정자는 "아직 임원들의 면면을 잘 모르지만 이경재 이사회 의장과 상의해 가급적 내부 인사를 중용하는 방향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약력
▲1945년 경남 진해 생
▲경기고·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금융통화위원
▲초대 국제금융센터 소장
▲고려대 15대 총장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FTA국내대책본부 공동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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