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농촌 노총각들 사이에서 시작된 국제결혼은 이제 국내 전체 결혼의 11%를 넘어섰고 국내 체류외국인도 120만명에 육박한다. 바야흐로 다문화 시대인 것이다. 이런 변화에 맞춰 그들이 곧 우리여야 하고, 우리가 곧 그들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조금씩 싹트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아직 다른 문화를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 인색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일보는 건강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지름길이 '열린 대한민국'이라 믿고 창간 56주년을 맞아 연중 기획 '따로 또 같이! 다문화 우리문화!'시리즈를 시작한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차로 6시간 걸리는 곳에 위치한 바탐방. 경기 군포시 당동에 사는 결혼 4년차 주부 치임 다라(22)씨의 고향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한국이란 낯선 곳, 그것도 군포시라는 도시에서 살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시부모와 남편, 그리고 귀여운 세 살배기 딸까지 둔 어엿한 한국 며느리다.
군포다문화지원센터에 와서 알았지만 그는 자신처럼 관광이 아닌 결혼과 삶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멀리서 온 만큼 고향 생각이 적지 않게 난다. 그럴 때면 먼저 이곳에 온 언니들과 고향 얘기를 하면서 향수를 달랜다. "캄보디아에서 온 언니들이 5명 있어요. 가끔 만나서 서로 고향 얘기를 해요. 외롭지 않아요."
이 도시에는 치임씨 같은 다문화인이 속한 세대가 1,352가구나 된다. 이 가구의 가족 구성원에다 결혼 이외 목적으로 온 외국인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시내 외국인은 1만명은 족히 넘는다. 시 전체 인구(27만여명)를 고려할 때 다문화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 정책의 상당 부분이 이미 다문화 문제에 비중을 두고 있다. 2008년부터 다문화지원센터를 둬 다문화인들이 국내 생활에 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문화인 국어 교육을 비롯해 외국인 며느리와 잘 살 수 있도록 시부모를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친정어머니 역할을 하는 방문교육지도사를 둬 타향살이의 어려움을 덜도록 돕고 있다.
물론 한국에 온 다문화인들이 모두 치임씨처럼 순조롭게 정착한 건 아니다. 언어 소통의 불편과 남편의 학대, 주변의 편견 등으로 고통받는 이들도 상당수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현 시점은 한국의 제2 민족 형성기라고 볼 수 있다"며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해 그들을 우리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군포=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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