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속에 욕망의 괴물이 있어 그런(성폭행)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수면제를 챙겨 나와 산이나 모텔로 가서 자살하려 했습니다."
초등학생 납치ㆍ성폭행 피의자 김모(45ㆍ구속)씨의 범행 현장검증이 이뤄진 15일 오전, 김씨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자신의 집 앞서 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씨는 몇 번이고 "죽을 죄를 지었다.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술에 취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현장 검증이 시작되기 전 오전 4시45분께 서울 영등포구 A초등학교 교사 2명은 학교 문패와 팻말에 녹색 테이프를 붙이고 있었다. "학교 이름이 노출될까 봐 그러느냐"는 질문에 한 교사는 "휴~"하고 긴 한숨만 토해냈다. 정문을 걸어 잠근 채 이를 지켜보고 있던 학교 관계자는 "이른 시간이지만 대부분의 선생님이 이미 학교에 들어와 있다"고 귀띔했다.
포승줄에 묶인 김씨는 오전 5시50분께 검은색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경찰과 함께 학교에 도착했다. 붉은색 반팔 티셔츠와 검은색 7부 바지, 흰색 양말과 슬리퍼 등 검거 당시 모습 그대로였다. 키는 160cm가 채 안 돼 보였지만 체구가 단단했다. 어린 싹을 무참히 짓밟은 '괴물'도 부끄러움은 있는지 사건 현장으로 출발하기 전 경찰에게 "기자들이 너무 많다. 모자를 달라"고 했다고 한다.
김씨는 운동장에서 문구용 칼을 쥔 오른손을 여아 마네킹의 어깨에 얹으며 범행 당시 모습을 재연했다. 마네킹과 함께 학교 정문으로 나와 애초 진술과 달리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어가자 경찰 관계자가 "학교에서 나온 이후 방향이 다르다"며 제지했다. 김씨는 그때까지 아무 말도 없었다.
오전 6시30분께 학교 안 현장검증을 마치고 초등학교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근처 횡단보도로 이동했다. 김씨가 마네킹을 데리고 도로 가운데로 건너가자 여기저기서 "저런 XX를 그냥 두냐" "때려 죽여야 돼" "고개 들고 모자 벗어"등 분노에 찬 주민들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오전 6시40분 다세대 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주택가 비좁은 골목. 범행장소인 자신의 집 앞에 다다르자 김씨 얼굴은 순간 굳어졌다. "아이가 반항은 했지만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변명 같지만 술이 취해 경황이 없었다"며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강조하려 애썼다. 그러고는 마네킹의 어깨를 밀며 집 안으로 들어가 "그냥 데리고 와서 묶었다" "칼로 위협하니 조용히 했다"며 태연하게 범행을 재연했다. 초등학생 A양은 2평 남짓한 그 곳에서 평생 씻지 못할 상처를 입었다.
현장에 모여든 주민들은 "저런 놈은 죽여야 한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