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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가야금 명인 지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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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가야금 명인 지성자

입력
2010.06.1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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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리는 길이 끊긴 데서 출발한다. "가야금의 생명은 여음 처리"라고 그는 말했다. 끊일 듯 이어지는 그곳에 어머니 성금연씨의 간절한 부탁이 있고, 자신의 딸에게 거는 기대가 움튼다. 가야금 주자 지성자(65)씨의 삼대송(三代頌)이다.

"전바탕 연주는 부담스럽지요. 악보 없이 손으로 느낌만 잡아가자니, 1년 동안 준비했어요." 연습만이 최선이라는 믿음으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한다고 했다. 성금연류 산조의 전바탕을 타는 지씨의 이번 연주회는 최근 전북 무형문화재 제40호(가야금) 지정 기념의 뜻이 크다. 1999년 첫 전바탕 연주를 펼친 뒤 네 번째 전곡 연주회다. 어머니와 보냈던 시간이 이제 어느 정도 정리되는 느낌이다.

"어머니가 가락을 만들고, 그걸 제가 타고, 또 어머니가 듣고 확인하는 작업이었죠. 다 못 외우니까, 순간순간 듣고 판단하는 방식이죠. 녹음 작업으로는 못해요." 하와이 이민 가서 1980년 큰 수술을 받고 쇠잔해졌던 노모는 가야금의 뒤를 잇는 딸와 머리를 맞대고 필생의 성금연류 산조 정리작업을 했다. 1986년 어머니는 63세로 타계했지만, 성금연류는 굴신 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화려하면서도 섬세하기로는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를 따라내기 힘들다고들 한다. 지씨의 입을 빌면 이렇다. "감정 표현에 능하고, 가락 짜임새가 분명하죠. 변주는 해도 반복은 안 해요. 가락끼리 주고 받는 느낌이 강하죠. 화려하면서도 힘있고, 여성적이면서도 남성적이에요." 그는 "가야금은 아기처럼 안고 하는 악기라 (연주하다 보면) 두 어깨, 허리가 나간다"고 했다.

역시 가야금을 타는 딸 김귀자(41)씨가 현재 한양대 음대 국악과 박사 과정으로 있으니 대를 넘는 꿈은 계속되고 있다. 자신이 못 "그리는" 악보를 딸은 그려가며 신선한 공기를 불어놓고 있다.

이번 공연은 두 차례다. 18일 서울 국립국악원 우면당, 19일 전주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 전석 초대로 공연한다. "문화재 전수 보조비 나오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됐어요. 감사하는 심정으로 공연 비용은 제가 다 부담하니 많이들 오세요."

70분 안팎의 연주 후, 앙코르가 나오면 자신이 만든 단가나 민요를 부르며 가야금을 탈 요량이다. 운집할 귀명창들의 어깻짓과 추임새가 눈에 선하다. 신명으로 쌓아가는 국악 무대는 예측을 불허하는 법이다. "공연은 끝나봐야 아는 거예요." (02)703-6599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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