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국내 최대 은행인 K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됐다. 지난해 말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된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관치 논란 끝에 사퇴했던 만큼, 누가 어떤 절차로 선임되느냐는 정부와 금융권의 관계 설정에 중요한 잣대로 여겨졌다.
그러나 강 행장 사퇴 이후 KB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를 뽑는 6개월의 과정은 또 다른 관치 논란의 반복에 불과했다. 회장후보 추천위원회(회추위)가 구성되기 이전부터 어 위원장과 권력 실세의 인척인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고, 시장의 예상대로 이들이 1차 심사에서 1ㆍ2위에 올랐다. 게다가 두 'MB맨'이 흙탕물 싸움을 벌이면서 파워게임설, 내정설 등 각종 의혹마저 불거졌다. 결국 회추위는 어제 "뛰어난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이미 경영능력이 검증됐으며, 인터뷰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경영 비전을 제시했다"는 배경 설명과 함께 어윤대 후보의 내정을 발표했다.
우리 금융은 대형화 민영화 등 숱한 과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 강자를 꿈꾸는 KB금융의 수장이라면 금융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춰야 함은 물론, 조직구성원과 시장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정부의 부당한 간섭에 맞서 자기 목소리도 낼 수 있어야 한다. 어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2년 후배로, 직접적인 은행 경험이 전무한 대표적 관변 학자다. 자질과 능력을 떠나 정권 핵심과 가까운 인사가 민간 금융회사의 대표가 됐을 때 정부나 권력층의 입김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부르짖어왔다. 시장 자율과 투명성을 키워 금융경쟁력을 키우는 게 핵심일 것이다. 하지만 노골적인 자기 사람 심기로 관치의 망령이 되살아났다는 비판이 무성한 게 현실이다. 금융 공기업의 고위임원 자리가 집권세력의 전리품이 된 지는 오래다. 이제는 정부가 단 한 주의 주식도 보유하지 않은 민간 금융회사의 CEO 선임에까지 개입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공권력을 활용해 마음에 안 드는 인사를 갈아치우는 게 금융선진화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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