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장면을 보면 국무총리, 장관 등과 국회의원이 즉석에서 질문∙답변을 주고받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체로 의원들은 '대본' 격인 질문지를 준비해서 읽고, 국무위원은 사전에 구한 질문지를 토대로 만든 자료를 참고해 답변하곤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즉석 질문과 답변이 이뤄지기도 한다.
국회의원들이 질문 요지를 미리 정부측에 전달하는 것은 국무위원이 충실한 답변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국회의 오랜 관례다. 국회법 122조에도 '국회는 대정부질문 48시간 전까지 구체적인 질문 요지를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요즘 야당 의원들은 질문지를 미리 주는 것에 매우 인색하다고 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보좌진에게 '질문지를 절대 주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 곤혹스럽게 하는 의원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정부질문에서 퀴즈를 내듯이 사소한 사실을 확인하거나 일방적 추궁을 해서 국무위원을 당황시키려고 하는 의원들이 일부 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총리실은 2급 실장 1명과 5급 직원 2, 3명을 국회로 보내 "어떻게든 질문지를 구해 오라"는 특명을 내리고 있다. 이들은 의원회관에 피자나 아이스크림을 돌리며 읍소하기도 하고, 무작정 회관 사무실 앞에서 진을 친 채 '연민 작전'을 펴기도 한다. 의원보좌진과 학연, 지연이 닿는 총리실 직원들도 총동원된다. 하지만 야당 일부에서는 "질문 요지를 정부측에 전달해야 한다는 게 강제 규정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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