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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3) 멕시코서 만든 미래의 가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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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3) 멕시코서 만든 미래의 가스전

입력
2010.06.1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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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림속 LNG 터미널이 솟는다… 태평양 건너 '뉴 비즈니스'

지난달말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서쪽으로 800㎞ 떨어진 태평양 연안 도시 만자니요. 인구가 14만명도 안 되는 이 곳의 한적한 공항에 내려 40여분간 차로 달려 가자 선인장과 야자수 숲 너머로 2개의 회색 콘크리트 돔 지붕이 살짝 드러났다. 비포장도로를 뚫으며 돔 가까이로 가니 대형 트럭 수십대와 굴삭기, 기중기가 서로 엉켜 주변 열대 밀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면들을 연출했다.

한국가스공사(사장 주강수)가 주관 사업자로, 삼성물산과 일본 미츠이상사가 지분을 투자한 특수목적사인 KMS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공사 현장이다.

일본 및 캐나다 컨소시엄 등을 물리치고 멕시코 전력청(CFE)이 발주한 프로젝트를 따 낸 KMS는 이곳에 연간 380만톤 규모의 LNG 터미널을 지어 태평양 심해 가스전에서 배로 운송돼 온 LNG를 기화, 인근 발전소와 멕시코 제2의 도시인 과달라하라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KMS는 2001년부터 20년간 터미널을 운영한 뒤 이후 소유권을 넘겨받게 돼 있다.

남의 나라 땅에 우리 손으로 LNG 터미널을 짓고 운영해 20년간 수익을 챙기는 것은 물론 나중에는 이 시설도 우리 것이 된다는 얘기다. LNG는 있지만 터미널과 재원이 부족한 멕시코의 가려운 곳을 공략한 결과로, 이러한 형태의 신 비즈니스 모델로 우리가 해외에 나간 건 처음이다. 태평양 바다 건너 미래의 가스전 하나를 개발한 셈이다.

2008년4월 시작된 공사는 현재 전체 공정의 60% 정도가 완료됐다. 터미널 공사를 총괄하고 있는 이흥래 현장소장을 따라 가장 중요한 LNG 저장 탱크 안으로 들어가니 돔 구조물 안쪽에 LNG를 저장할 탱크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특히 1차로 두꺼운 철판을 두른 뒤 그 안을 1m도 넘는 보냉재로 둘러 치고, 다시 내벽을 2차 철판으로 덧대는 공정은 고난도의 작업. 외부의 온도가 전달되는 것을 철저하게 막기 위한 구조인데, 탱크 안 LNG의 온도는 영하 163도를 유지해야 하는 반면 이곳의 낮 최고 기온은 무려 영상 40도에 가까운 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삼성엔지니어링이고, 탱크 설비는 국내 중소기업 웅남에서 담당하고 있다.

KMS가 만자니요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동안 한국가스공사가 쌓아 온 LNG 터미널 및 관련 플랜트 분야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가스공사는 단일 업체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LNG를 구매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그런 한국가스공사도 열대 지방에 15만㎘의 LNG 저장 탱크 2기를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밀림 한 가운데까지 중장비를 가져오고 부자재를 확보하는 데엔 매번 어려움이 컸다. 기중기 한 대 동원하는데도 운반비만 1억원 가까이 들었다. 사람을 더 뽑아 쓰려 해도 계약서상 모든 현장 인력은 노조를 통해서만 채용토록 돼 있었고, 파업도 잦았다. 발주처와 영어를 사용할 수 없어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데에도 적잖은 시간이 허비됐다. 더군다나 멕시코 당국은 환경과 안전에 지나치게 민감해, 350건이 넘는 부적격사항을 통보하며 발목을 잡았다.

초기의 공기가 3개월 이상 지연되자 한국가스공사가 해결사로 파견한 인물이 바로 이 소장이다. 공사를 제 때 끝내지 못하면 매일 지체상금을 6억원씩 내야 하는 상황. 국내 LNG 터미널 공사의 산증인인 그는 오자마자 350건의 요구사항들을 검토, 들어줄 수 있는 것은 가능한 한 모두 수용했다. 그러나 불합리한 지적에 대해선 발주처를 상대로 한 설득에도 힘을 기울였다. 그는 "힘든 일은 많지만 우리 손으로 해외에 LNG 터미널을 건설하게 되니 꿈을 이룬 것만 같아 행복하다"며 "오로지 일로 승부, 뉴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만자니요(멕시코)=글ㆍ사진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볼리비아 우유니 호수선 '리튬 전쟁'

자원의 보고인 중남미에서도 최근 볼리비아와 칠레, 아르헨티나 국경이 맞닿은 삼각형 지역이 '리튬 트라이앵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곳 소금 호수(염호)에 매장된 리튬이 전 세계 매장량(아프가니스탄 제외)의 73.5%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의 염호인 볼리비아의 우유니 호수엔 540만톤(세계 매장량의 40%)의 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전기 자동차에 사용되는 2차 전지의 수요가 폭증할 경우, 원료 광물인 리튬 확보전도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2차 전지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현재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리튬 트라이앵글이 신성장 동력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탄산리튬 수입량은 2003년 1,511톤에서 2008년 5,274톤으로 크게 늘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볼리비아 정부와 리튬 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월 우유니 염수 샘플 300리터를 받아 탄산리튬 제조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염수에서 리튬 회수율을 높여야만 볼리비아 입장에서도 채산성을 맞출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포스코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지질자원연구원 등 3개 기관은 8월 기술개발 결과를 볼리비아 정부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달말엔 1만4,700리터의 우유니 염수가 추가로 도착할 것으로 보여, 연구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볼리비아는 일본과 프랑스에도 염수를 제공, 연구개발 성과에 따라 리튬 개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은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보고 리튬 트라이앵글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SK, 파트너 국가에 실질적 도움 '페루 모델' 남미 전역 확대

"행복 날개는 한쪽만으로는 날 수 없다."

최태원 SK 회장이 최근 중남미 대륙에서 새로운 경제 협력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할 것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단순히 SK의 이익을 위해 자원 확보에 나서거나 사업을 펴기 보단 해당 국가의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게 최 회장의 주문. 서로 승승(勝勝)해야 행복 날개도 제대로 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SK 관계자는 15일 "SK의 글로벌 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 나라의 경제 발전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지론"이라며 "SK는 에너지ㆍ화학, 정보통신, 건설 등의 기술로 중남미 국가의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사실 이러한 원칙은 SK가 이미 1996년 자원의 보고인 중남미의 페루에 진출할 때부터 세워졌다. 한 국가와 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이른 바 '페루 모델'이다. 최 회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07년부터 페루를 3차례나 방문했다. 특히 2007년 페루가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 구호품과 복구비용으로 600만달러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산 클레멘테에 학교를 재건, 기증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SK에너지는 최근 페루의 수도 리마 남쪽 팜파 멜초리타에서 LNG 액화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진출 14년만에 내륙지역 광구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408㎞의 가스관을 통해 수송한 뒤, 액화해 수출하는 체계를 만든 것. SK에너지로서는 자원 생산에서 제품 수출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는 의미가 있지만 페루 입장에서 보면 이를 통해 인근 지역 경제 발전 및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SK는 이제 경제 협력의 새로운 틀인 '페루 모델'을 남미 대륙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16개국 33개 광구에서 자원 개발 사업을 펴고 있는 SK의 글로벌 현장은 대부분이 중남미에 자리잡고 있다. SK는 페루뿐 아니라 브라질의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BM-C-8ㆍ30ㆍ32 광구에도 각각 지분 투자를 하고 있고, 콜롬비아에선 CPE-5, SSJN-5, CPO-4 등의 광구에서 탐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각종 풍토병이 창궐해도 지구 반대편 아마존 밀림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찾아가는 최 회장의 '발로 뛰는 글로벌 경영'이 우리의 자원 영토를 더욱 넓혀 놓고 있다"며 "자원은 풍부하나 경제 발전에 뒤쳐진 남미 국가들에게 SK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 경제 협력 모델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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