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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어느 관리의 소통법

입력
2010.06.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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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소통 하는데 소통이 뭘까, 어떻게 하는 걸까. 현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 중 으뜸이 소통이다. 정책의 추진동력 강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인이며, 6ㆍ2 지방선거의 결과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4대강 개발과 관련, 청와대는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음을 인정한다며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과연 그렇게 하여 소통을 이룰 수 있을까.

반대편에 귀 기울이는 게 본질

최근 고위직 모 관리와 비공식적인 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짧지 않은 대화 도중 그는 '소통'이란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화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 사람은 정말로 국민과의 소통을 잘 하고 있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는 자신이 현재의 직책에서는 물론 그 동안 수많은 의사결정을 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인은 신문과 국회의원이라고 했다. 그는 "양대 버팀목"이라 표현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자신의 일과 관련된 각종 언론보도가 스크랩되어 책상에 놓여 있다. 직원들이 정성스럽게 발췌한 내용을 언뜻 훑어본 뒤 직접 신문을 찾아 스스로 '스크랩'한다. 정부시책에 긍정적인 방향을 가진 신문은 대충 보고, 비판적이거나 반대하는 논조의 신문을 열심히 읽는다. 직원들의 스크랩 내용에 빠진 것이 있을 때면 더욱 정성스레 읽는다. 그의 이러한 말이 기자가 있기에 해준 '립 서비스'가 아니었다는 것은 기자이기에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버팀목'이라는 국회의원에 대한 얘기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여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장관의 버팀목이 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더 큰 버팀목'이라고 했다. 여당 의원들의 충고나 지지발언은 곧 잊어도 되지만 야당 의원들의 비난과 질타는 반드시 메모를 해둔다. 일회용으로 정치적으로 날리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시각이나 예상할 수 없었던 결과를 깨우쳐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을 의식해 생색을 내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비판적 기사와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눈과 귀를 많이 열어놓는 것만이 아니었다. 기사에 오류나 오해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수정토록 하고, 그의 이러한 대응은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았다. 모두가 소통 소통 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 진정한 소통에 대해 평범하지만 본질적인 모델을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의 의견과 생각을 직접 보고 듣는 것, 비판적인 기사와 야당 의원들의 반대에 마음을 열어두는 것이 해답이었다.

소통을 한답시고 모인 자리나 회의가 '불(不)소통'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정 이슈를 둘러싸고 찬반 토론을 하겠다는 공청회나 세미나가 아예 열리지도 못하거나 진행되더라도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다'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것은 민간 토론회이고 이익집단에 휘둘리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치자.

정제된 여론에 물들지 말아야

정부 부처간 회의나 청와대 고위인사 모임에서도 그렇다면 소통이란 말을 꺼낼 계제가 되지 못한다. 어느 한 곳의 방침이나 지시에 대해 수평적으로든 수직적으로든 비판과 반대가 없을 수 없는데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그 관리의 발언을 되짚어보면 그의 가장 큰 '반대 버팀목'은 업무협조가 절실한 다른 부처의 책임자들임에 분명하다. 이견이 있을 경우 반대쪽에 귀를 기울이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 때문에 '불소통의 악순환'이 생길 수밖에 없다. 수평적인 부처간 협의가 이러하다면 정책의 일방적 흐름이 대부분인 청와대와 국민 간에 소통이 잘될 리가 없다. '장(長)'의 소중한 덕목 중 하나는 반대하는 주장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정제된 여론에 물들지 않고 반대 주장을 직접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서 소통은 시작된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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