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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15> 필수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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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15> 필수와 선택

입력
2010.06.1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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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에는 '선택'보다는 '필수'가 많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보다는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는 말이다. 시험이 대표적이다.

일단 시험범위가 정해지면 신성불가침의 '필수 공부'가 되어 학생이 시비를 거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다. 배우는 학생 입장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시험뿐만 아니라 교육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학생들의 선택권은 극히 제한돼 있다.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학생의 선택권 제한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부를 게을리 하는 것이 학생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 학생들에게 유독 심하게 나타나는 문제라면 뭔가 달라져야 한다.

'필수'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방해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필수와 의무의 이름으로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자율성을 억누르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발과 부작용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보다 분명한 이해를 위해 교육 경쟁력 최고를 자랑하는 핀란드를 살펴보자. 핀란드는 '필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선택'을 최대한으로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핀란드 학생들이 누리는 선택권이 100이라면 우리나라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필수'를 지정하고 열심히 따라오면 정상 또는 우수한 학생으로,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면 비정상 또는 열등한 학생으로 간주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과연 옳은 일일까? 또 상상해보자.

'필수'보다는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권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변화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게 될까? 현실적인 제약이 따르겠지만 학생 개개인의 준비 정도와 관심 범위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한다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전혀 관심이 없는 내용을 의무적으로, 남들과 똑같이 공부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역이다.

반드시 해야 한다는, 즉 '필수'라는 이름으로 강제하면 개인적인 관심과 흥미는 끼어들 틈이 없다. 전체적으로는 '필수'에 해당하는 교과과정의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선택'할 수 있게끔 최대한 기회를 제공할 때 비로소 공부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가장 쉽게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문제의 난이도를 스스로 선택하여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난이도가 너무 쉽거나 어려우면 집중하기가 어렵다. 자신이 느끼는 체감 난이도를 기준으로 적정 난이도의 문제를 선택하게 해주면 쉽게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필수'라는 굴레에 얽매여 자녀의 준비 정도와 관심 범위에 맞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풀도록 의무를 부과하거나 강요하면 자녀의 공부 의욕은 점점 떨어지게 된다. 학생은 당연히 '필수'를 따라야 한다는 생각과 논리 속에 무서운 함정이 숨어 있는 셈이다.

자녀에게도 학습 능력을 선택적으로 발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필수'를 무시하면 경쟁에서 낙오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겠지만 자녀에게 우선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보자고 결심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과목과 관련해서 남들이 말하는 전략과목이나 중요과목보다는 자녀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과목을 중심으로 공부를 해서 공부에 대한 태도나 습관을 개선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교재도 주변에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선호하는 것을 고를 수 있도록 해주고, 인터넷 강의 역시 스타강사보다는 자녀가 선호하는 선생님의 강의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게끔 해준다.

문제도 고득점을 위한 필수 예제나 기출 문제가 아니라 자녀가 풀 수 있고 풀어보고 싶은 문제부터 풀게 한다. 교과 범위의 모든 것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중에서 그래도 관심이 가는 주제부터 우선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

학교에서는 '필수'를 강조하겠지만 학부모들은 자녀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자녀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거나, 집중하지 못하거나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해야 한다.

시험영어가 아니라 자녀가 알고 싶은 정보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영어 텍스트를 찾아주자. 필독서와 권장도서가 아니라 자녀가 읽고 싶은 책,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책을 찾아 읽게 해주자. 수학에 대한 원망과 미움만 키우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조금만 노력하면 풀 수 있는 적절한 난이도의 문제를 선별하여 풀게 하자.

지금 당장 자녀가 자신의 공부를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자. '필수'는 학습동기를 빼앗지만 '선택'은 학습동기를 키워준다.

비상교육공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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