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강원 양양시에서 열린 기아차 K5 시승회. 준대형 K7에 이어 중형 신차 K5에게도 찬사가 쏟아지자 기아차 마케팅 담당 임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임원은 “올해야 말로 국내외에서 기아차의 달라진 모습을 알릴 기회”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실제로 기아차는 2000년 이후 처음으로 5월 월별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내수 판매에서 현대차를 누르고 1위에 등극했다.
14일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노조 위원장 김성락)은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조직을 지키자”며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기아차 노조는 사측과 노동부가 노조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 파업에 들어 갈 경우 노-사ㆍ정 대결이 본격화할 것임을 암시했다.
K7, K5 등 신차로 기아차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노사 문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15일 안양지방노동처에 쟁의조정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파업수순을 밟는 셈인데, 실제 이뤄질 경우 기아차는 20년째 파업이라는 불명예를 안는다. 또 과거 ‘봉고, 프라이드 신화’ 이후 맞은 절호의 성장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아차 노사 대결은 전임자 임금 지금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새 노동법 시행과 맞물려, 노동계와 재계의 극한 대립을 보일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의 쟁의 조정 신청은 표면적으로 사측이 7차례에 걸친 교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임자 수를 유지하려 것이 목표다. 사측은 새 노동법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를 적용할 경우, 기아차 노조의 전임자 수가 136명에서 18명으로 줄어야 한다며 아예 노조측과 대화를 거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기아 노조는“사측이 전임자 임금을 구실 삼아 조합 활동을 통제하려 한다”면서 대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같은 기아차 노사간 대립은 노동계와 재계, 노동부간 힘겨루기로 치닫고 있다. 금속노조는 전임자 수 유지와 관련 지난 8일 정부의 노동정책 폐기를 목표로 총파업을 선언한 바 있다. 금속노조는 15~17일 부분파업에 이어 21일부터 기아차지부와 GM대우자동차지부를 동참시켜 10만명 총파업을 성사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9일과 11일 일부 사업장에서 부분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금속노조 핵심간부 3명을 15일 경찰에 고발했다. 또 회원사에 노조 전임자의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한도)에 관한 지침을 내려 보내는 등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또한 15∼17일 부분파업과 21일 이후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로서는 노사간 전향적 양보가 없이는 파업이 불가피해 보인다. 파업으로 이어 질 경우 후유증도 피하기 힘들다. 특히 지난달부터 본격 출고되기 시작한 K5와 스포티지R 등 주요 인기차종 출고 대기자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파업으로 쏘렌토R 등의 생산이 지연되면서 6만대 이상의 생산차질과 1조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100년만의 불황이라는 자동차 업계의 침체 속에서 성장한 현대ㆍ기아차가 올해 노사 문제로 생산차질을 빚는다면 스스로 도약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자만의 결과라는 국민적 비난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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