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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우이도 르포/ 다도해 덮친 '쓰레기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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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우이도 르포/ 다도해 덮친 '쓰레기 쓰나미'

입력
2010.06.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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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 보쇼, 필리핀 생숫병이랑게. 나가 필리핀 놀러 갔다 왔응게 알재. 저그는 중국 거이고, 쓰레기 땀시 몸살 앓는 것이 아니고 그거 치우느라 삭신(온몸)이 쑤신당께요. 아따 징해라, 징해!"

청명한 하늘 밑 모래사장에서 무릎을 굽힌 채 한참이나 뭔가 줍던 박춘자(70)씨가 등허리를 한 손으로 툭툭 치고 일어서더니 뭔가를 쑥 내민다. 노란색 뚜껑이 달린 투명플라스틱 통인데 박씨는 오만상을 짓는다. 박씨 발 밑은 열심히 주워 모은 자동차 오일통, 부탄가스통, 제품 포장지 등 온갖 나라말로 적힌 쓰레기 천지다. 중국어와 일본어 정도만 눈에 들어올 뿐 나머지는 어느 나라 글자인지 짐작도 못하겠다.

박씨의 사설이 한참이나 길어지자 주민들이 추임새를 넣는다. "쓰레기가 허벌나서(엄청 많아서) 쥐새끼가 새까매라, 쥐 이까지 옮는당게."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아침도 못 먹고 치우고 있는디 요거 보쇼, 한(끝)이 없지라?" "낚시를 드리우면 쓰레기가 걸릴 정도라니께, 아따 그건 쓰믄 안되는디."

8일 찾아간 전남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 주민 200여명은 다국적 쓰레기와의 전쟁이 한창이었다. 올해만 두 번째, 5월에 35톤을 치웠지만 한 달도 안돼 길이 1.5㎞의 해변을 따라 쓰레기가 까맣게 반달모양으로 펼쳐져 있었다. 우이도는 명실공히 국내에서 가장 깨끗한 바다라 불리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즉 환경보호지역에 속한 곳이다.

다도해가 해류를 타고 밀려온 다국적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밀려오던 게 최근엔 멀리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떠내려오고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서부사무소 윤슬아 계장은 "우이도에 모인 해양쓰레기 중 라이터만 수거해서 그 출처를 구분해 봤더니, 중국과 일본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약 11개국이었다"며 "이 쓰레기들은 다도해 전역에 퍼져있다"고 말했다.

다도해서부사무소와 전남 신안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우이도 약 50톤, 홍도 34.7톤 등 신안군 내 해양쓰레기만 약 700톤을 수거했고, 이중 60% 이상이 중국과 동남아 등 다른 나라에서 밀려온 해양쓰레기다. 신안군청 관계자는 "사실 이는 유인도만 취합한 것이고 무인도를 포함한 신안군 전체에 대한 해양쓰레기 수거나 통계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도해서부사무소 관할(전남 신안~진도군) 내 203개 섬 중 무인도는 무려 159곳이다. 정확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해양쓰레기 양은 상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 해양쓰레기가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지만 정작 대책은커녕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여름 해수욕장 개장이나 어업 등 생업이 급한 주민들과 자치단체가 나서서 치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사람이 사는 섬은 그렇다 쳐도 무인도는 손 쓸 사람이 없어 속수무책이다.

우이도(신안)=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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