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컴퓨터(PC) 제조업체 IBM은 지난달 말 기업용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스털링 커머스를 14억 달러에 인수키로 결정했다. 이번 거래는 2008년 기업용 전문 소프트웨어 제조사인 코그노스를 사들인 이후, IBM의 최대 합병 일지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정보기술(IT) 다국적 기업 애플은 5월초 모바일 기기 응용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전문 업체 시리와 반도체 설계 회사 인트린시티 인수를 잇따라 발표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해 말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인 '랄라'의 경영권을 가져온 데 이어, 올해 1월엔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 기업 콰트로와이어리스도 흡수했다.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 '몸집 키우기'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경기 침체를 틈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들이 IT전문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인수ㆍ합병(M&A) 작업에 착수한 것. 특히 인수ㆍ합병이 진행되면서 경쟁 업체들간의 묘한 긴장 관계가 형성되면서 M&A에 가속도까지 붙은 양상이다.
1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IBM 등 미국 IT 기업들은 지난 4월부터 5월말까지 2개월간 M&A에 약116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올해 1분기(1~3월) 3개월 동안 M&A에 사용한 105억 달러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그 만큼 갈수록 M&A에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는 셈이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M&A에 공격적으로 나선 대표 업체는 IBM. 최근 스털링 커머스 인수를 발표한 IBM은 2015년까지 기업 사냥에만 2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의 주력 분야였던 하드웨어 사업에 소프트웨어를 강화시켜 종합 IT서비스 업체로 재도약, 경쟁사인 오라클과 정면 대결을 펼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가진 오라클은 지난해 4월, 하드웨어 기업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약 74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하면서 연 매출 50조원 규모의 IT 원스톱 서비스 공룡 기업으로 재탄생 했다.
라이벌로 자리한 애플과 구글의 M&A 경쟁도 치열하다. 스티브 잡스가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1997년 이후, 애플은 현재까지 13개 기업을 매입했다. 특히 인수한 13개 업체 중 5개 기업이 최근 7개월 동안 이뤄졌을 만큼, 몸집 불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의 M&A도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올해 4월말 이스라엘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인 랩픽시스와 3차원(3D)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범프테크놀로지 인수 계획을 밝혔다. 구글은 올 들어 9개 기업을 대상으로 M&A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휴렛팩커드(HP)가 올해 4월 스마트폰 업체인 팜을 12억 달러에 인수한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록스 등도 M&A 시장에서 먹잇감을 물색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불황 이후 찾아올 호황기에 대비한 사적 포석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사 업종간의 M&A는 기존 사업 역량을 안정적으로 강화하면서 비용절감과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최근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점은 모두 풍부한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라며 "융복합화(컨버전스) 시대에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이 같은 M&A 움직임에 대해 국내 기업들도 치밀한 대응 전략을 미리 세워 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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