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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최악 민족분규 사태/ 살길 찾아… 우즈벡계 10만명 피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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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최악 민족분규 사태/ 살길 찾아… 우즈벡계 10만명 피난길

입력
2010.06.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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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남부 우즈베키스탄 접경지역은 14일(현지시간)까지 계속되고 있는 민족간 유혈사태로 아수라장이다. 지난 10일 키르기스계 폭도들이 오쉬 지역과 인근 잘랄 아바드에서 우즈벡 소수민족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민족간 분규로 이날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117명(부상자 1,500명)에 이르자 공포에 질린 우즈벡인들은 살길을 찾아 국경으로 끝없이 몰려오고 있다. 외신들은 "소련 붕괴 이후 최악의 분규"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타전했다.

우즈벡 국경으로 쫓겨온 키르기스스탄의 우즈벡계 주민은 14일까지 무려 10만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8만여명은 우즈벡 국경을 넘었으며, 1만5,000여명은 우즈벡 쪽 월경을 기대하고 있다고 국제적십자사 측이 밝혔다. AFP통신은 "피난민들은 폭동을 피해 허겁지겁 도망쳐오느라 옷조차 제대로 걸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맨발인 사람들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도망쳐온 피난민 대다수는 노인과 부녀자들이다. 이들의 젊은 가족들은 뒤에 남아 목숨을 걸고 폭도들과 맞서며 혈로를 뚫어주고 있다. 난민들을 공격하는 무리는 폭도뿐만이 아니다. AFP통신은 "키르기스 정부군이 폭도들에 매수되어 난민을 죽이고 있다"며 국경으로 향하는 길이 사실상 폭도들의 차지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국경 인근 도로엔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희생자들의 시체가 쌓여가고 있다. AP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직원에 따르면 묘지 한 곳에 매장된 시체만 100구가 넘는다"고 전했다. 난민촌의 한 20대 여성은 "키르기스 폭도들이 다가와 총을 쏘고 있는데도 우즈벡 국경수비대는 피난민들을 월경시켜주는데 주저하고 있다"며 "집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으리란 생각은 이미 버렸다"고 AP에 말했다. 영 일간 인디펜던트는 "실제 사망자 수가 이미 500명을 훌쩍 넘었다는 증언이 이어진다"며 "키르기스 폭도들이 인종청소를 저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살풍경은 이미 폭도들이 장악해버린 오쉬와 잘랄 아바드 시내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24시간 통금과 비상사태가 선포되었지만 14일 새벽에도 총성이 산발적으로 울려왔다. 도시 기능을 상실한 오쉬 도심엔 생필품을 약탈하는 폭도들의 공격이 이어졌고, 쇠몽둥이와 도끼로 무장한 키르기스인들이 우즈벡인들의 차를 탈취해 거리를 질주했다. 잘랄 아바드에선 폭도들이 도시 중앙광장에 집결해 세를 과시했을 정도다.

키르기스 과도정부가 남부지역에서 치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폭도들의 살상과 방화행위는 조만간 수도 비슈케크에도 번질 전망이다. 그 결과 로자 오툰바예바가 이끄는 과도정부가 자칫 통치력을 잃게 되면 키르기스는 절체절명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테미르 사리예프 과도정부 부대표는 14일 "무장한 폭도들이 이곳 저곳에서 출몰하고 있다"며 "폭력을 잠재울 치안력이 우리에겐 없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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