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발표될 정부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을 놓고 '과연 지금과 같은 접근 방식이 맞느냐'에 대한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매각 개시만 선언한 뒤, 시장의 반응을 들어보고 최종 매각방법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그동안 무성했던 갖가지 매각 시나리오는 발표시점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희미해지는 분위기. 청사진 없이 출발하는 매각 절차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매각 선언만 담긴 백지"
정부 관계자는 14일 "조만간 발표될 민영화 방안은 매각개시 선언과 대략의 일정을 제외하면 백지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합병 같은 방안이 애초부터 제외되는 지 등 어느 정도 '힌트'는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
발표 시점도 6월말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민영화안 결의를 위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 날짜가 잡히지 않았는데 위원들의 일정 맞추기도 쉽지 않아 반드시 6월 안에 잡힐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지난해부터 정부와 공자위가 "모든 가능성을 열고" 검토해 온 매각 방안 가운데 뚜렷한 자체 답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매각 주체인 정부가 일단 매각개시 선언을 하면 시장의 인수주체들이 각자 원하는 인수 방식과 가격을 제출하고 이를 다시 정부가 종합 검토해 최종 매각방식을 결정하는 형식이 유력하다.
왜 백지인가?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에 나서는 목적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민영화를 통한 금융산업 발전 등 크게 3가지다.
문제는 3가지 모두를 만족시킬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지배지분 매각이 가장 좋다. 현재 1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지분(56.9%)의 최소 절반(28.5%) 이상을 단독 인수자에게 매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소 4조~5조원에 이를 인수여력을 갖춘 곳도, 일반기업(최대 9%) 등의 지분 보유한도를 정한 금산분리 원칙을 피해 가기도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개별 금융사는 현행법상 금융지주사를 지배할 수 없다.
조기 민영화를 위해서는 우리금융 지분을 잘게 쪼개 팔거나(블록세일), 은행ㆍ증권 등 계열사를 따로 떼내 파는 분리ㆍ분산매각이 유리하다. 하지만 이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에는 맞지 않는다.
당초 '메가뱅크'를 위한 유력한 방법론으로 거론되던 금융지주사간 합병안은 대형화를 제한하는 국제 금융규제 영향으로 최근 들어 다소 힘을 잃고 있다. 특히 ▦합병 후에도 정부지분이 20~30%대에 달해 진정한 민영화라 보기 어려운 점 ▦정부가 매각대금을 인수 회사의 주식으로 받아 공적자금 회수가 당장 어려운 점 등이 치명적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검토 가능한 모든 방안에 한계가 뚜렷하자 결국 정부는 1차 답안작성을 시장에 맡기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 동안 정부 지분 매각이 애초 정부의 뜻대로 실현된 경우가 드물고, 3가지 매각 목적을 충족시키기엔 최근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거세지는 논란
정부의 고민을 '불가피하다'며 이해하는 의견도 많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데 공감한다"며 "오히려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 온 민영화를 시작하겠다는 선언 자체만 해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선 민영화가 중요한 만큼 가장 부담이 없는 지분 분산매각을 통해 우리금융을 민간회사로 만든 뒤 향후 방향은 시장에 맡기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대 인수후보인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하기 전에 정부가 먼저 방법을 한정 짓고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책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누구보다 치밀한 검토와 시장조사를 했을 정부가 매각방법을 또다시 시장에 묻는다는 것과 ▦시장의 반응을 들은 뒤 최종안을 결정하는 것 역시 정부라는 면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라는 점 등이 비판의 근거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시장의 뜻을 묻겠다는 건 정부가 여전히 준비가 안됐다는 뜻인데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민간 인수자의 관심은 '인수 후 이익'에만 맞춰져 정부가 원하는 금융산업 발전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자칫 매각 자체가 목표가 될 경우, 합병 시에는 시너지 없이 몸집만 커질 수 있고 분산매각을 한다해도 국가적으로 필요한 기업금융 대신 상업금융에 열중하는 금융사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나 조기 민영화 목표 역시 결국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국내 금융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에 가장 적합한 매각안을 시장에 설득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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