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결과와 국정기조 등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14일 언급은 적지 않은 추측과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국정운영 기조 유지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변화를 언급하는 '미완성'결론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국정 기조 변화 여부의 전제가 되는 지방선거 평가에 관해서 말을 아꼈다. 이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변화의 목소리를 더 귀담아 듣도록 하겠다" 등의 짧은 문장에 모든 평가를 함축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정책 우선 순위 재점검, 청와대 내각 개편, 당정 관계 발전, 젊은 세대와의 소통 강화 등을 향후 변화 방향으로 간략히 적시했다. 하지만 이 문제들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은 기존의 국정운영 기조를 긍정 평가하는데 연설문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친서민 중도 실용노선을 강화하는 '따뜻한 국정'과 흔들림 없는 안보정책 등을 향후 국정운영 기조로 설정했다. 이 대통령은 "세상이 빨리 변하고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때일수록 국정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전제한 뒤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선진화를 위한 국정은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정체성, 비전에 입각한 국정기조는 확고히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지난 2년여 동안 진행된 국정 운영의 큰 틀을 유지할 것이지만 부분적 보수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인식인 듯하다.
물론 이 대통령은 연설 초반에 "후반기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큰 틀의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해 취임 후반기로 접어드는 8월 광복절 전후에 구체적 변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 문제에서는 "국회 표결 결과를 존중하겠다"면서 가장 구체적으로 변화된 입장을 보여줬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내각 개편과 '?은 정당' 입장을 밝히면서 쇄신론자들의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했지만 우후죽순처럼 제기되는 여러 쇄신론들을 무조건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는 변화의 진폭이 상당히 제한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문제 제기 방식에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에 졌을 때 더 큰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남의 탓을 하기 전에 '내 탓'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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