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오두막, 어두운 과거에 대해 말해선 안 된다
그 칩거가 처음부터 모반을 꿈꾼 거라고 단언해도 안 된다
기다림의 빛깔은 이끼를 닮아서, 지금/여기 서있을 뿐
이끼빛은 쪽빛 하늘이나 바다 빛깔과 맞물리기도 하지만
낡은 것/잊혀진 것의 혐의를 벗지는 못한다
내가 소망한 건 세상 풍경에서 벗어나는 일이지만
누군가 오ㆍ두ㆍ막이라고 부르는 순간, 왜 오두막은 사라지는지
다만, 착시나 마술쯤으로 여기지 마라
물길과 해안 사이에도 스펙트럼의 창문이 있어
파도가 번쩍 길을 낼 때, 오두막이 지워지는 걸
누구나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열렬한 고립만을 오두막의 과거라 한다면
낡은 이 풍경도 이미 어제의 것은 아니다
백 년을 기다리는 동안, 태풍의 낌새와 함께
다시 또 백 년이 흘러갔다
바다의 책을 읽고, 모래알 글씨를 떠메는 사이
나는 서있거나 누워 있었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죽은 자들의 도시, 혹은 찾을 수 없는 마을처럼
사람들은 결코 이곳에 당도하지 못한다
이쪽/저쪽 사이에도 투명한 가림막이 있어
오ㆍ두ㆍ막 하고, 한번 부를 수 있을 뿐이다
● 어제 공원의 호수에 누군가 빠졌더군요. 119구급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요란하게 일요일 오후의 공원을 질주했습니다. 사람들은 호수 주위로 몰려들어서 구조하는 장면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멀리서 본 나는 그게 실수였는지 아니면 고의였는지, 혹은 오해였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할 일이 없어서 공원에 나왔다가 구경거리가 생겨서 좋다며 뛰어가는 사람들의 이상한 마음이 절벽처럼 호숫가를 둘러싸고 있었다는 것. 가끔씩 사람들이 모인 풍경을 보면 징그러울 때가 있는데, 그건 그 모습이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장벽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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