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 감사 결과를 놓고 군과 감사원이 정면 충돌했다.
이상의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만취한 합참의장이 지휘통제실을 이탈하고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져 하루아침에 비인간적이고 명예도 없는 장군이 됐다"며 "중령 대령도 아닌 합참의장이 이런 식으로 처신했다면 메가톤급인데 감사원은 나에게 한 번도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10일 감사 결과 발표했고, 이어 11일 김황식 원장이 국회 천안함진상조사특별위원회 답변을 통해 "징계 대상인 군 간부 25명 중 12명은 형사책임 소지가 있다"고 군을 압박했다. 특히 이 의장의 경우 술에 취해 지휘통제실을 이탈했고, 부하에게 전군대비태세 강화 보고문건을 조작하도록 지시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이 의장은 13일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전역지원서를 제출했지만 이날 "40년 군 생활의 급소를 찌른 것으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이 의장은 먼저 서류 조작 의혹에 대해 "작전본부장이 전결로 예하 부대에 긴급 하달하고 합참의장이 사후 결재로 앞선 문서를 파기한 것이라 정상적 조치"라고 해명했다. 이 의장은 지휘통제실 이탈과 관련, "지휘관은 교대가 안 되기 때문에 새벽에 3시간 정도 집무실에서 휴식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만취 여부에 대해 "얼마나 술을 먹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취해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또 "감사원이 국방부에 통보해 위임한 사안이라 법적으로 재심 요청이 안 된다"며 "대신 감사원장에게 서신을 보내 왜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이런 식으로 결론 내렸는지 함께 토론할 수 있게 감사 담당자를 보내 주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도 이날 오후 공식적으로 감사 결과에 대한 해명자료를 발표하려다 취소했다. 군 관계자는 "자숙해도 모자란 판에 정부 기관이 서로 치고받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는 것이 부담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객관적 증거에 따라 결과를 통보한 것"이라며 "진정 명예를 생각한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일축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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