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권의 최대 관심사는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누가 국내 최대금융지주사의 선장이 될 지를 얘기한다.
하지만 초점은 자질이나 능력이 아니다. 오로지 '누구의 힘이 더 세냐'다. 누구는 대통령의 측근이다, 누구는 실세의 친인척이다, '윗 선의 의중'은 누구에게 있다더라...
KB금융지주 회장인선을 이런 잣대로 보는 것이 그저 호사가들의 탓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는 징후들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국책은행도 아니고, 정부지분이라고는 단 한 주도 없는, 외국인 지분이 절반이 넘고 그래서 해외에서도 경영권변동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는 KB금융지주 CEO가 파워게임의 결과라니, 정말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회장 선임절차 착수→강정원 현 국민은행장 유력→타 후보들의 반발과 사퇴→금융감독원 감사착수→강 행장의 회장포기→사외이사 대거교체→새 회장선임작업 착수로 이어진 지난 8개월은 상처의 연속이었다. 선장 없는 KB는 기업가치하락과 의사결정지연 등으로 큰 손실을 입었고, 정부는 정부대로 '관치부활'의 오명을 써야 했다. 승자 없는 패자 뿐인 싸움이었던 것이다.
이 지루하고도 씁쓸한 드라마도 이제 막을 내리게 됐다. 오늘(15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후보면접을 통해 새 KB회장을 뽑는다. 하지만 내정설, 외압설, 파워게임설 등 온갖 뒷말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어 누가 되더라도 상처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논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논란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도 회장 선임권을 쥔 KB사외이사들이 마지막까지 제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문과 비방으로 얼룩진 흙탕물 싸움이 이미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자질과 능력으로 뽑는 것 만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지난 8개월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다시는 한국금융산업에서 재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최진주 경제부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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