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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방자전' 변학도로 뜬 송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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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방자전' 변학도로 뜬 송새벽

입력
2010.06.1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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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스타 탄생이다. 그의 말투 하나하나에 관객들이 자지러진다. '방자전'(감독 김대우)의 관객몰이는 그의 극중 변태행각에 힘입은 바 적지 않다. 대어급 조연 배우의 발견이라는 말의 성찬이 이어진다. 인터뷰 신청도 쏟아진다. 겨우 두 번째 장편영화에 출연한 송새벽(31)의 성공스토리다.

고전소설 을 방자와 춘향이 서로 사랑했다는 내용으로 발칙하게 각색한 '방자전'에서 송새벽은 변학도를 연기했다. "오직 고을 여자들과 그 짓을 많을 할 수 있을 듯해서" 사또를 지망한 별스런 인물이다. "전 목표가 뚜려테요" "?죠~" 등 불안하게 눈동자를 굴리며 툭툭 짧게 내뱉는 그의 혀 짧은 전라도 사투리에 극장 안은 몇 번이고 웃음이 빵빵 터진다. 송새벽의 유별난 조연은 남자 주연 김주혁(방자)과 류승범(이몽룡)의 존재감을 압도한다.

그는 대학로 출신이다. 2002년 봄 유명 극단 연우무대에 입단했다.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대학 공부까지 마친 그였다. "고교시절 친한 친구 몇 명과만 말할 정도로 내성적이었던" 그에게 사실 연기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친한 형이 "함께 놀자"고 꼬셔서 문패도 안 보고 대학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다. 1학년 가을 '피고지고 피고지고'로 무대에 처음 올랐다. "다리에 찌릿찌릿한 느낌이 왔다"고 그는 회상했다. "사람들과 부대낄 수 있어 그만 둘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제대하고 무작정 상경해 극장에서 먹고 잤다. 방 구할 보증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명절에도 고향을 잘 가지 못했다. 차비가 없어서였다. 그래도 그는 "서울 생활이 다 그렇죠. 뭐"라고 짧게 말했다. 주요 역할은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밑그림이 된 '날 보러 와요'에서부터였다. '살인의 추억'에서 김상경이 연기한 김 형사를 맡았다. 2007년 '해무'로 첫 주연을 꿰찼다.

영화인생은 지난해 시작됐다. '해무'를 본 봉준호 감독이 그를 '마더'에 캐스팅했다. 원빈 입에 사과를 물려놓고 절묘한 뒤돌아차기를 하며 강압 수사를 행하는 '세팍타크로 형사'였다. 짧지만 강렬한 역할이었다. "시사 때 이름 들어간 걸 보고서야 영화 출연이 실감났다"고 했다. 이후 김대우 감독을 빵집에서 만났다. "'마더' 잘 봤어요"라는 말은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유명 배우 몇몇이 거론됐다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저는 무명이니 기대도 하지 않았죠."

10년 넘게 무대에 섰고 '방자전'으로 "혀 짧은 소리의 득도"라는 극찬까지 들었지만 연기는 여전히 어렵다. "영화 출연할 때마다 산 넘어 산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방자전'의 춘향이 뺨 때리는 장면은 아예 음주 연기였다.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카메라 앞에 섰다. "여자 때려본 연기는 처음인데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반기 그의 출연작은 줄줄이다. 설경구 주연의 '해결사',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 '시라노: 연애조작단' 등이 개봉한다. 이 달 말 블록버스터 '제7광구' 촬영에도 들어간다. "내가 지금 영화를 찍고 있긴 하나 할 정도"로 바쁘고 어안이 벙벙하다.

그의 이름은 작은아버지가 지어줬다. '새벽종이냐'는 놀림을 받았고, '새벽이 오네요~'로 라는 가사가 들어간 가요 '밤의 길목에서'를 부르라는 강권을 받기 일쑤였다. "관객들 반응을 보러 극장을 갔는데 관객 하나가 엔딩 크레딧을 보다 '변학도 이름이 송새벽이래'라며 깔깔 웃기도 했다"고 한다. 남다른 이름 덕분일까, 바야흐로 그의 연기인생에 새벽이 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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