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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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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한 경찰

입력
2010.06.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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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제2 조두순 사건'을 경찰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청 차원에서 사건 비공개 방침을 정해놓고 발생 당일 사건을 포착한 취재기자에게 피해자 부모를 핑계 삼아 비보도를 요청하는가 하면, 피해자의 아버지에게 언론에 알리지 말 것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피해자 부모의 의사가 아니라 책임 추궁과 여론의 질타를 두려워한 경찰이 자의적으로 사건 무마에 나섰음을 짐작하게 하는 정황이다.

과거에는 범인 검거상 필요나 피해자의 신변위험 등을 들어 경찰이 범인 검거 때까지 보도 자제를 요청하는 경우가 잦았다. 지금도 유괴사건 등에서는 언론이 협조하는 경우가 없지 않으나, 워낙 정보가 개방된 현실에선 그 실효성이 크지 않다. 그런데 지금도 이런 식의 정보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다니 어처구니 없다.

"피해아동의 2차 피해를 걱정한 때문"이라는 변명을 곧이곧대로 들어준다 해도 군색하긴 마찬가지다. 사건이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주변의 제한적 인지는 불가피한 데다, 피해자 보호에 대한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도리어 사건 공개로 어린이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높아지고, 학교 주변 등의 취약점이 새롭게 확인됨으로써 유사범죄 발생 소지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일반적으로 범죄 공개로 인한 단기적 부작용보다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 경계인식 제고 등을 통한 예방효과가 장기적으로 훨씬 크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번 사건에서 높이 평가 받을 만한 경찰의 발 빠른 대처와 신속한 범인 검거도 섣부른 은폐 시도로 빛이 바랬다. 이번 사건만이 아니다. 경찰이 여러 면에서 일반 국민의 눈 높이와 사회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채 여전히 낡은 사고와 구태의연한 조직운영 방식에 갇혀 있는 모습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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