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지방선거 이후 여당과 청와대 못지 않게 관련 정부 부처 역시 불면(不眠)의 날이 이어지고 있다. 책임 소재 때문이다. 선거란 영역이 원래 정당의 잔치인 까닭에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는 해석이 있을 수 있으나, 천만의 말씀이다. 선거기획에 여당 따로, 청와대 따로, 정부 따로라는 '따로 시리즈'란 가당치도 않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합작품이 바로 선거기획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느끼는 긴장과 위기감의 강도는 다른 부처에 비할 바 못 된다. 소위 진보교육감의 무더기 당선과 수도권 지역 교육감 선거의 완패에 대한 책임 중 적지 않은 부분이 따지고 보면 교과부에 있다는 분석은 보수진영의 판단만은 아닌 듯하다.
사실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교과부가 내놓았던 일련의 조치들은 속이 훤히들여다보였다. 특정 정당에 가입하고 당비를 내온 혐의로 기소된 전국교직원노조 소속 교사들을 전원 중징계키로 한 결정은 그렇다치자.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할 정도로 사안이 중대한 만큼 정부가 파면ㆍ해임 등의 방침을 정할 순 있다고 본다. 일단 여기까지만 한뒤 추후 '행동개시'는 선거 이후로 미뤘어야 했는데, 아뿔싸 교과부는 선을 넘고 말았다. 직위해제 지침을 덜렁 내린 것이다.(파장이 커지자 나중에 거둬 들이긴 했다) 학기 중에 교사들을 교단에서 쫓아내라는 지시다. 학생들이 입게 될 수업 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 놀라웠다.
교과부 입장에서는 '충성'이 필요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교육감 선거 구도를 전교조 대 반(反)전교조 구도로 몰고 가는데 이보다 더 좋은 호재가 어디 있었겠는가.
교과부에 진보교육감의 당선은 최악의 가설이었을 것이다. 4개월여 전 이주호 1차관은 출마를 준비중인 권진수 당시 인천시교육감 권한대행을 불러 "(선거에)나가지말고 다른 보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도와라"고 지시했다. 관권선거 논란 이후 교육감 선거에선 완전히 손을 뗐다면 괜한 오해를 사는 일은 없었을테고, 선거 이후 좌불안석(坐不安席)에서도 더더욱 자유로웠을법 하지만 교과부는 끝내 고집을 부렸다. 교육행정 본연의 업무는 제쳐두고 전교조 등 특정 사안에 매몰되는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화를 자초한 것이다.
이제 교과부는 두 가지 쓰나미를 극복해야하는 딱한 처지가 됐다. 당장 교과부와의 일전을 벼르고 있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와의 대결투다. 지금까지 행태로봐선 교과부가 곽ㆍ김 당선자를 선제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교육청 추경예산 편성건이나, 전교조 교사 중징계 강행 등에서 이미 그런 징후는 농후해 보인다.
또 하나는 교과부 자체의 위기 극복이다.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으로 현 정부 교육정책은 어느 정도 심판을 받은 것으로 봐야 옳다. 소통을 내팽개친 채 자율과 경쟁 일변도의 일방통행식 정책을 밀어붙인 책임을 누구든 반드시 져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교육정책의 순항 여부는 교과부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본다. 진보교육감들을 길들이면서 "정책의 수정은 없다"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교육 파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곽ㆍ김 당선자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소통에 주력하는 게 교과부가 살 길이다. 그게 MB에 누(累)가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김진각 정책사회부 부장대우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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