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TV와 라디오, 인터넷으로 생방송된 연설을 통해 6ㆍ2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국정쇄신의 틀과 방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이 원하는 변화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끝난 후 12일 만의 입장 표명이지만 민심에 적극 따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제시된 국정쇄신 방향은 정책 우선순위 재점검, 청와대 및 내각의 시스템 효율적 개편과 새 진용 구성, 당정 및 국회와의 생산적 소통 방법 모색 등이다. 세종시 문제는 국회가 표결을 통해 처리하면 그 결과를 존중하고, 4대강 사업은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다양한 차원의 소통 부재를 해소하고 독선과 독단적인 국정운영 방식을 개선하려는 의지로 보여 기대감을 갖게 한다. 국면전환용 인적 개편은 안 하겠다던 자세에서 벗어나 "새로운 진용을 갖추겠다"고 인적 쇄신을 기정사실화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인적 개편을 포함한 국정 쇄신의 시기가 여전히 모호하고 구체성이 결여된 점은 쇄신의지의 진정성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게 한다. 물론 인적 쇄신이 7월 10~14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나 7ㆍ28 재보선 등 주요 정치일정과 전혀 무관하게 이뤄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것저것 따지다가 때를 놓치면 쇄신의 의미는 그만큼 퇴색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5년 임기의 반환점인 8월25일을 언급하며 국정 운영의 틀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적 개편이 8월로 넘어가 사실상 7ㆍ28 재보선 이후의 개편설을 뒷받침하는 언급이다. 그럴 경우 6ㆍ2 지방선거 민심에 따른 쇄신이라고 말하기 어렵고, 당 안팎의 거센 쇄신요구를 일시적으로 진정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세종시 문제 처리에 대해서도 논란이 없지 않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대통령이 수정안을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정안이 국회에 법안으로 제출된 이상 국회 절차를 밟아 처리하는 것이 순리다. 그것이 국회와 행정부 및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데도 바람직하다. 다만 '내 신념에는 변함이 없지만 국회 처리결과에 따르겠다'는 식의 자세는 오만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불러 일으킨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감안할 때 대통령도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옳다.
4대강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것도 6ㆍ2지방선거 결과 일반 여론조사 결과 등에서 나타난 민심과는 괴리가 있다. 더 많이 토론하고, 4대강 수계 지방자치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 만큼 얼마나 실질적인 소통을 이룰지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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