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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했다 보복…의사 가운 벗을 판" 민원 내면 찍히는 대한민국… 제보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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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했다 보복…의사 가운 벗을 판" 민원 내면 찍히는 대한민국… 제보 이어져

입력
2010.06.14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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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앞에서 수모를 주고 임의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부당한 조치에 항의한 대가로 결국 영업정지와 검찰 기소까지 되는 보복을 당했죠. 재판을 통해서 무죄를 인정 받았지만 우울증에 걸려 더 이상 의사 가운을 입을 순 없을 것 같네요.”

‘민원 내면 찍히는 대한민국’ (본보 6월10일자 1ㆍ3면)을 주제로 기사가 나간 후 자신도 정부 부처나 담당 공무원에게서 보복을 당했다는 독자들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 엘리트라 할 수 있는 의사까지 이런 보복으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가운까지 벗어야 했던 사실이 드러나, 공권력의 민원인 보복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해 주고 있다.

서울 K의원 김모(40ㆍ여) 원장의 평화로운 삶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은 2007년8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이 갑자기 병원에 들이닥쳐 실사를 하겠다며 수납대장부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김 원장은 이미 예약된 환자가 있으니 진료가 끝난 뒤 관련 자료 등을 찾아주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더구나 인테리어 공사를 하던 터라 자료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평원 직원은 처음엔 잠시 기다려주는 듯 하더니 이내 진료실을 박차고 들어와 “자료를 내 놓지 않으면 영업정지를 받을 것”이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김 원장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얼굴이 새 빨개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김 원장은 “치료는 환자와 의사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법인데, 같이 있던 환자가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했겠느냐”며 당시의 악몽을 떠 올렸다. 결국 김 원장은 더 이상 진료를 하지 못한 채 환자들을 돌려보내야만 했다. 이런 과정 끝에 심평원 직원은 통상 6개월인 실사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겠다며 그 동안의 관련 자료를 모두 내 놓으라고 다시 다그쳤고, 김 원장은 불합리하다며 이를 거부하고 실사팀을 바꿔 줄 것을 요청하는 민원을 냈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 컸다. 김 원장은 결국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혐의로 영업정지 1년, 면허정지 1년, 벌금, 환수금 5배 부과 등의 조치를 받은 것은 물론 검찰에 기소까지 돼 법정에 서는 신세가 됐다. 충격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며 김 원장은 억울한 사연을 청와대, 인권위, 국민권익위 등에 제출했다. 그러나 모든 민원은 결국 당시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 민원실로 이첩된 뒤 담당 사무관에게 전달됐다. 자신이 낸 민원 서류를 당사자가 전화로 읽어 내려가자 김 원장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서울지법 북부지원은 지난해 8월 김 원장에 대해 “심평원 직원이 임의로 자료 제출을 요구한 부분과 관련 실사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한 것을 거부한 피고인의 행위를 위법하다 볼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히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의 문서 없이 심평원 직원이 3년간의 관계 서류 제출을 요구한 것은 적법하다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 동안 보건복지부 직원이 동행하지 않은 심평원 직원의 실사 관행이 잘못된 것임을 적시한 것이다.

2심 재판부도 지난해 12월 검찰의 항소를 기각, 김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3월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도 보건복지부가 행정처분을 취소할 것을 인용ㆍ재결했다. 검찰과 보건복지부는 그러나 대법원에 상고, 최종 판단은 남겨진 상태다.

김 원장은 “공부만 하다가 의사가 된 뒤 세상물정 하나 몰랐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기 보다 국민들 위에서 군림하려 하고, 재량권을 남용하며 민원인 보복을 일삼는 일부 공무원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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