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딸이 초등학교 3학년인 세 아이의 아빠다.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형사이기 이전에 그런 놈을 꼭 잡아 단죄하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대낮에 초등학생을 무참히 성폭행한 피의자 김모(45)씨를 검거한 서울 영등포경찰서 홍모(39) 경사는 12일 인터뷰 요청에 "조직에 누가 된다"며 손사래를 치다 몇 마디 입을 뗐다.
동병상련의 마음이 앞선 것인지 400~500m를 쫓아 몸을 사리지 않고 김씨를 붙잡은 홍 경사에게는 그날의 아슬아슬했던 장면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김씨가 휘두른 칼에 양쪽 손가락 마디 곳곳의 살점은 다 떨어져 나갔고 팔뚝에는 칼날에 베인 상처 자국들이 선명했다. 그는 "나도 한 싸움(홍 경사는 격투기 4단에 합기도 2단, 유도 1단이다)하지만 범인이 워낙 힘이 좋고 칼까지 들고 있어 좀 다쳤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항생제만 먹고 견디던 홍 경사는 검거(7일) 나흘 만에야 병원에 들러 치료를 받았다.
물불 안 가린 덕에 피해자 가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게 됐지만 그의 심사는 씁쓰레하기만 했다. "범죄수사가 다 완벽할 수야 없겠지만 '특진에 눈이 멀어 피해학생 상태는 생각지도 않고 현장에 데려갔다'는 둥 일방적 매도만 당하고 있으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홍 경사 소속팀 전체는 감찰조사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종결도 전에 감찰조사를 받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서운하다 못해 억울한 게 인지상정일 터. 홍 경사는 그러나 "미흡한 게 있으면 지적을 받아야 또 나아지지 않겠느냐. 그 얘기(감찰조사)는 하지 말자"고만 했다.
피의자 검거가 늦어졌거나 미제로 남았으면 어땠을까. 그저 씁쓸한 웃음만 짓던 홍 경사는 "다른 수배자가 잡혔다는 연락이 왔다"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 '제2 조두순' 국선변호인 사의 표명
서울남부지법과 경찰 등에 따르면 '제2 조두순 사건'의 피의자 김모(45)씨의 국선 변호인으로 선임돼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참여했던 국선 변호인이 최근 사임 의사를 밝혔다. 구체적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김씨를 변호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이성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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