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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위험하다/ (하) 다른 나라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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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위험하다/ (하) 다른 나라는 어떤가

입력
2010.06.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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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일본 도쿄(東京) 이케부쿠로(池袋) 인근 릿쿄(立敎)초등학교. 오후 2시30분을 전후해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걸어 나오는 교문 위에 작은 안테나가 눈에 띈다. 이 학교가 2005년부터 전면 도입한 등하교관리시스템의 일부다.

학교를 드나들 때 책가방에 부착한 고유 IC 태그의 전파를 학교 정문에 설치한 안테나가 수신해 학생 각각의 등하교 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해 학교 컴퓨터에 기록하고 메일 주소를 등록한 학부모에게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자동 통지한다.

이 태그를 갖지 않은 사람이 교문을 통과할 경우 시스템이 '거동수상자'로 인식해 바로 방범카메라가 작동하고 담당 교직원에게 통보된다. 카메라에 기록된 영상은 컴퓨터로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장기 보존도 할 수 있다.

도쿄의 유명 사립초교인 이 학교는 전부터 교내 곳곳에 방범카메라가 있었고 사설 경비원이 24시간 학교에 상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학교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학교에 있는지 없는지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은 학교가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안전대책"이라며 이 시스템을 도입한 취지를 설명했다.

2001년 오사카(大阪)교육대학 부속 이케다(池田)초교에서 30대 후반 남성이 학교에 침입해 교실에서 흉기를 휘둘러 초등학생 8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충격적 사건으로 그때까지 교통사고 등 일반 안전대책에 치중했던 일본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내 범죄대책에 대한 인식이 강화됐다.

추가 인력을 고용해 학교 경비를 강화하고 방범 카메라를 설치하는 학교도 늘어났다. '안전대책협의회' '어린이를 지키는 간담회' '지킴이 대원' 등 학교와 학부모를 중심으로 한 자체 대책기구 외에 지역주민회, 상가협의회, 노인회 등 지역 단체가 참여하는 방범대책 자원봉사 조직도 잇따라 생겨났다.

사건이 있었던 이케다 초교는 경비원 3명을 채용해 학교 안팎을 지키면서 해마다 교내외 감시카메라를 늘리고 있다. 또 사친회(PTA)가 주도해 학생들이 등교할 시간에는 학교 주변 9곳을 지킨다.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거동수상자 대처 훈련도 매년 수 차례 실시하고 있다.

학교마다 교문을 걸어 잠그는 바람에 그때까지 지역사회의 소통공간, 주민 모임터 역할을 해오던 초교가 폐쇄적인 공간으로 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일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사건이 나던 해 2,137건이던 13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성범죄 사건은 지난해 1,014건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일본의 어린이 대상 성범죄 감소는 경찰청이 2005년 '어린이 대상 폭력적 성범죄 재범 방지 조치'를 마련해 성범죄 전과자 관리를 강화한 것도 한몫 하고 있다. 이 대책에 따라 일본 경찰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를 출소 후에도 '재범방지조치 대상자'로 등록해 5년 이상 추적 관리한다. 재범자의 경우는 10년 이상 관리해야 한다. 거주지를 옮길 경우 이사 지역을 확인해 특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살인미수, 상해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다른 전과자의 경우도 같은 방식으로 집중 관리하고 있다.

일본 사법당국이 최근 주목하는 것은 어린이 대상 성범죄를 부추길 수 있는 아동포르노물 단속이다. 경찰청 등은 아동포르노물이 게시된 인터넷 사이트를 발견 즉시 폐쇄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또 아동포르노물의 경우 단순 소지한 사람도 처벌할 수 있도록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쿄=글ㆍ사진 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 美, 휴식시간에도 보호자 배치해 학생·외부인 동향 파악

미국 등 선진국은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를 제외한 외부인의 학교 내 출입 통제가 철저하다. 정문의 경비실에서 방문자 이름, 방문 목적 등을 일일이 기록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방문자 사전 예약제나 허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방문 당일 본인 확인은 필수다. 더욱이 미국은 가디언(보호자)들이 배치돼 학교 내에서 휴식시간이나 방과 후 시간에 학생 및 외부인의 동향을 점검하는 시스템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담보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W초등학교 박모 교장은 "미국은 학교를 개방하더라도 아이들과 외부인의 동선과 출입구를 철저하게 분리하고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경우 활성화된 사친회(PTAㆍParent-Teacher Association)를 통해 교사와 학부모들이 학생안전 등과 관련한 문제제기나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점도 우리와는 다른 부분이다. 그만큼 불미스런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중 삼중으로 갖춰져 있는 것이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 역시 엄격한 기준에 의?교문을 개방하고 있다. 프랑스는 등하교 시간 20분에만 학부모 등의 출입을 허락하고 있다. 또한 2인으로 구성된 경찰이 항상 등하굣길을 순찰토록 하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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