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룡(성남)이 8년 간 축구대표팀의 골문을 지켜온 '이운재의 독주 체제'를 종식시키며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정성룡은 12일(한국시간) 그리스와의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 선발 출전, 무실점 선방으로 2-0 승리를 지켜내며 한국 축구의 새로운 간판 수문장 자리를 예약했다.
정성룡은 최근 절정의 컨디션을 보였다. 그러나 그리스전 선발 출전은 확실치 않았다. 중압감이 큰 월드컵 첫 경기에서 백전노장 이운재의 경험 또한 가볍게 여기기 어려운 탓이었다.
그러나 허정무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고심 끝에 정성룡에게 그리스전 골키퍼 장갑을 맡겼고, 정성룡은 만점 활약으로 '이운재의 그늘'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정성룡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다. 늘 '1인자'의 벽을 쉽게 넘어서지 못했다. 2003년 포항에 입단한 정성룡은 2006년까지 1군 경기에 한 차례도 나서지 못했다. 베테랑 김병지가 버티고 있었던 탓이다.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차기석에 밀려 벤치를 지키기 일쑤였다.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김영광(울산)의 백업에 머물렀다.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23세 이하)에서의 활약으로 대표팀에 발탁된 정성룡은 '허정무호'의 첫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김병지가 선발 출전했지만 경기 도중 허리를 다쳤고 허 감독은 '대타'로 정성룡을 투입했다. 정성룡은 김용대(서울)와의 경쟁에서 앞서며 남아공 월드컵 예선전에서 붙박이 수문장으로 중용됐다. 그러나 2008년 10월 대표팀 자격 정지에서 풀려난 이운재가 복귀하며 또 다시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기회는 찾아왔다. 이운재가 올 시즌 K리그에서 기복 심한 모습을 보였고 '대안'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허 감독은 정성룡을 골문에 세웠다. 지난 5월 에콰로드전과 한일전(2-0)에서 잇달아 무실점 경기를 펼친 정성룡은 지난 4일 스페인전(0-1)에서 후반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넘기며 허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했다.
정성룡은 그리스전에서 후반 35분 게카스의 슈팅을 몸을 날려 쳐내는 등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전에서도 선발낙점을 받을 가능성을 높였다.
포트 엘리자베스(남아공)=김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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