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는 유럽의 어머니다. 기원전 화려했던 고대 그리스문명(아테네와 스파르타,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로 상징되는)을 이어받은 것이 로마제국이다. 왜 '그리스ㆍ로마 신화'이겠는가. 로마는 그리스를 정복했지만 그리스의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신화마저도.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 식으로 말하자면, 그리스를 계승하여 거듭난 로마가 원시세계나 다름없던 히스파니아(스페인), 갈리아(프랑스), 게르마니아(독일), 브리타니아(영국) 등을 차례로 정복하고 통치해 문명화시켰다. 지금의 유럽이 있도록 동분서주한 몸뚱이는 로마였으되, 머리는 그리스였다는 것이다.
영국은 축구종주국이라면서 월드컵예선에 부득부득 네 팀(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을 출전시키고 있지만, 유럽축구의 기원 또한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라는 설도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행해졌던 축구와 유사한 특징을 갖는 '하르파스톤'(harpaston)이라는 경기가 로마에 전해졌고, 로마 군인들이 영국과 유럽에 주둔하면서 각지에 축구를 소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의 역사는 기구했다. 일단 그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에게 짓밟혔고, 이후로 500여년 동안은 로마제국의 식민지였다. 로마제국이 분열한 후에는 비잔티움제국(동로마)의 지배를 받았고, 중세에는 비잔티움제국을 멸망시킨 오스만투르크(이슬람제국)의 통치를 받았다. 거의 1,000년 가까이 독립국가를 구성하지 못하고 식민지였던 것이다. 독립전쟁(1821~1829)을 통해 비로소 그리스라는 나라가 탄생했지만, 정권 불안정이 극심했고 2차 세계대전 때 또 다시 점령당했고 내전도 치렀고 군사정권도 겪었다. 우리나라의 현대사와 맞먹을 만큼 혼란스럽고 애통했다. 동병상련!
근년에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영광스러운 2004년(올림픽을 치렀고 UEFA유로에서 우승)을 보내기도 했지만 툭하면 대형산불이고 구제금융을 받아 국가부도 위기를 면했다. 우리에겐 벌써 오래된 과거인지 모르지만 열두 해 전의 그 이름도 무시무시했던 'IMF사태'를 떠올려 보라.
하지만 자유롭고 용감한 그리스인은 위대한 과거를 되살릴 태세다. 그리스 국가 ―'그대의 예리한 공포의 칼날은 해방을 이루게 할 줄 아노라. 그대의 빛나는 광채는 국토를 비추어 줌을 잘 아노라. 거룩한 전쟁터에서 되살아나는 위대한 그리스인들이여, 지난 과거처럼 용감하여라! 만세, 오, 만세! 자유여.'를 들으니, 두 문학적 인물이 떠오른다.
'오뒷세이아'의 신화적 영웅 오뒷세우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희랍인) 조르바'의 조르바. 이 가장 유명한 그리스인들은, 그리스인의 자유의지와 용감무쌍함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그리스를 이긴 기념으로 오뒷세우스와 조르바를 읽어 보는 것은 어떨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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