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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이미지 조작을 조작 통해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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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이미지 조작을 조작 통해 폭로

입력
2010.06.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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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백승우(37)씨의 '유토피아' 시리즈에 담긴 북한의 모습은 마치 영화 세트 같다. 빨강, 노랑 등 원색을 배경으로 도시 가득 웅장한 회색 건물들이 들어차있다. 이 이미지들은 사실 북한의 선전용 사진들을 백씨가 조작해 만들어낸 것이다. 10층짜리 건물을 30층으로 높이고, 폭을 늘리고, 여러 건물을 겹치기도 했다. 북한이 스스로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보이도록 검열, 왜곡한 사진들을 더욱 과장한 이 사진들은 결국 조작을 통해 조작을 폭로하고 있는 셈이다. '유토피아'라는 제목에서도 조롱과 냉소가 느껴진다.

백씨는 "일본의 가게에서 북한의 대외선전용 사진과 자료들이 헐값에 팔리는 것을 우연히보고 '그들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을 더욱 과장해 보여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건물 내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백씨의 개인전에는 '유토피아'와 '블로우 업(Blow up)' 시리즈 35점이 걸렸다. 모두 북한을 소재로 한 작업이다.

'블로우 업'은 '확대하다'라는 말뜻처럼, 백씨가 2000년 북한에서 한 달간 머물면서 찍었던 사진의 일부를 확대한 작업이다. 백씨는 북한 사진을 찍기 위해 남북교류행사의 일원으로 어렵게 평양을 방문했지만, 정작 원하는 사진은 찍을 수가 없었다. 감시원들이 매일 그의 필름을 압수해서 그들이 원치 않는 장면은 모두 잘라낸 뒤 돌려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몇 년 후 당시 필름을 확인하다가 우연히 찍힌 배경 속의 인물과 사물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들을 발견해냈다.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입은 어색한 모습으로 매일 같은 시간에 고려호텔 앞에서 조깅을 하던 북한 여성, 손님이라고는 없는 상점 앞을 두리번거리며 지나다니는 행인 등 위장된 북한 사회의 모습이 잘린 필름 사이로 확대돼 나왔다.

분단이라는 정치적 상황을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낸 백씨의 사진은 해외에서 특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유명 사진 컬렉터이자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작자인 마이클 윌슨이 '블로우 업' 시리즈 120점을 한꺼번에 구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 올해도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미국 산타바바라 미술관 등에서 전시가 줄줄이 예정돼있다. 이번 전시는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이 제정한 일우사진상 수상 기념전으로, 7월 7일까지 계속된다. (02)753-6502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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