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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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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입력
2010.06.1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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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손들이 있고

나는 문득 나의 손이 둘로 나뉘는 순간을 기억한다.

내려오는 투명 가위의 순간을

깨어나는 발자국들

발자국 속에 무엇이 있는가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이 있고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육체가 우리에게서 떠나간다.

육체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우리에게서 떨어져나가 돌아다니는 단추들

단추의 숱한 구멍들

속으로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 완벽한 순간은 끝나고 거기에 균열이 생깁니다. 그 균열은 치명적이라는 걸 알고 있죠. 사랑에 빠진 두 사람에게는 그 사랑이 절정을 지나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한 번 벌어지고 나면 삶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삶은 치명적이죠. 치명적인 그 순간에 우리는 한사코 그 균열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불안해지면 다리를 떨게 되는, 일종의 습관처럼. 지금까지 겪은, 혹은 앞으로 겪게 될 숱한 이별의 감각처럼. 바로 그 때에 이르러 행복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게 된다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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