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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일보 발행인 김상욱씨, 고대 박물관서 카자흐스탄 사진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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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일보 발행인 김상욱씨, 고대 박물관서 카자흐스탄 사진전 열어

입력
2010.06.1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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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의 고려인은 10만여 명입니다. 대부분 러시아 연해주에 살다가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에 따라 이주해 뿌리 내린 이들이죠."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들의 조상들은, 일제 치하의 나라 빼앗긴 설움과 배고픔에 지쳐 마음껏 숨 쉬고 씨앗 뿌릴 땅에 대한 갈증을 풀고자 그 먼 길을 떠났을 이들이다.

한일합방 100년, 한민족 디아스포라 100년, 그리고 우리 정부가 정한 '카자흐스탄의 해'인 올해, 현지에서 '한인일보'를 내고 있는 김상욱씨가 카자흐스탄 사진전을 열었다.(고려대 박물관에서 18일까지.)

김씨는 "우리 민족의 삶의 원형질을 찾아 간 그 곳에서 제가 만난 고려인들은 이미 절반이상은 카자흐스탄인이 돼 버린 뒤였다"며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1992년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한 김씨는 구 소련 지역을 연구하고자 1994년 연세대 지역대학원에 입학했고, 이듬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일원으로 파견돼 카자흐스탄 국립 알마티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그는 고려인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과학아카데미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후 1999년 한인일보를 창간, 이래로 지금껏 고려인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김씨는 "고려인은 당시의 척박한 삶의 조건 때문에 악착같이 현지화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모국어도 많이 잃어버려 카자흐스탄 내 130개 소수 민족 중 가장 모국어를 못하는 축에 든다"고 했다. "고려인 2,3세의 정체성요? 그런 건 희박해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죠. 부모 자식간에도 한국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구 소련 붕괴로 독립한 국가들이 교육기관 등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러시아어에서 자국 언어로 바꿔왔고, 카자흐스탄도 러시아어 대신 카자흐스탄어로 바꿨다. 고려인협회도 이런 흐름에 따라 토론 끝에 올해부터 고려인 2,3세들에게 카자흐스탄어를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의 카자흐스탄 진출 등 양국 경제교류가 활발해진 만큼 고려인은 훌륭한 인적 네트워크이자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다만 동포애만 갖고 고려인을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겉모습은 한국인이지만 소프트웨어는 카자흐스탄인임을 인정하고 대해야 합니다."

김씨는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는 25개의 작품 중 '새참을 준비하는 손길'을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꼽았다. 2008년 벼농사 추수기에 찾은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끄즐오르다시(市) 집단농장의 한 농막에서 만난 고려인 아낙들에게서 넉넉한 인심을 느꼈다는 거였다. "아궁이에 불을 때 새참으로 '베고자(만두와 비슷한 현지 음식)'를 쪄 트랙터를 모는 카자흐스탄 기사에게 주더라고요. 저에게도 '가는 길에 먹으라'면서 비닐 봉투에 담아 주는데 꼭 한국 시골 같았어요."100년의 거친 세월조차 어쩌지 못한 한민족 동질감 같은 게 그렇게 느껴졌던 것일 테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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