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다시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다. 토요일 저녁 전국은 붉은 색이 물결을 이뤘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도 월드컵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국민적 열기를 막지 못했다. 국민들은 TV 앞에서 한 마음이 되어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거리와 가정에서 90분 경기 내내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리고 마침내 이정수와 박지성이 그림 같은 골을 성공시켰다. 국민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의 감격과 기쁨을 나눴다.
선수들은 체격이 큰 그리스 선수에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넘치는 투지와 체력, 스피드로 상대를 압도했다. 공간 활용, 위치 선점, 중원 압박, 공격 봉쇄, 빠른 공수 전환 등 모든 면에서 돋보인 플레이를 했다. 몇 차례의 골 기회를 놓친 게 아쉽지만 월등히 나아진 조직력과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이날 승리는 선수와 코치진이 흘린 땀과 눈물의 결실이다.
이로써 우리 팀은 월드컵 해외 원정 첫 16강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그러나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우리 팀이 상대해야 할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는 그리스와는 차원이 다른 강팀이다. 승부는 그야말로 이제부터인 것이다. 17일 맞붙을 아르헨티나는 가장 버거운 상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전 승리에서 얻은 자신감과 충천한 사기를 동력으로, 그동안 준비해온 전략ㆍ전술을 자양분으로 삼아서 우리 팀만의 플레이를 착실히 한다면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으리라 믿는다.
월드컵 대표팀의 선전은 선전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표팀에 보내는 뜨거운 응원과 성원을 통해 국민은 하나가 됐다. 갈등과 분열은 잊고 화해와 통합의 정신을 구현해 가고 있다. 자연 우리 사회에는 자신감이 충만해지고 있다. 자신감은 우리나라의 국운(國運)을 상승시킬 에너지가 된다. 게임의 승리와 16강 진출이라는 결과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선수와 국민 모두가 혼연일체가 된 그 자체로 우린 이미 승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이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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