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예정지인 옛 기무사 터에서 열린 '신호탄'전에 참여했던 미디어작가 문경원(41ㆍ이화여대 교수)씨는 기무사 내부의 버려진 온실에 주목했다.
감시와 공포의 공간이었던 그곳에 생명을 가꾸는 이질적인 공간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묘한 느낌을 받은 문씨는 이를 토대로 '박제'라는 비디오 작품을 만들었다. 온갖 화학 약품과 동물의 박제들이 놓인, 실험실 같은 기무사의 온실이 푸른 넝쿨로 뒤덮여가는 장면이 그 안에 담겼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열리고 있는 문씨의 개인전 '그린하우스'는 '박제'의 연장선에 있다. 온실이라는 인공적 풍경에 대한 관심을 영상,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박제'가 상영되는 가운데 그 안의 장면들을 옮긴 회화가 벽에 걸렸고, 1909년 일제가 지은 서양식 온실인 창경궁 대온실의 건축 양식을 재구성한 설치작품도 나왔다. 이 설치작품 역시 백색 바탕 위에 넝쿨의 모습만 남은 회화로도 변주됐다. 넝쿨 그림 사이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오즈의 마법사' 등의 장면이 조그맣게 만화처럼 들어있다. 외부와 차단된 왜곡된 자연 공간이 빚어내는 기묘한 느낌을 한층 두드러지게 하는 장치다. 전시는 7월 4일까지. (02)2287-3500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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