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주요 은행들이 이른바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 여신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발표했다.
12일 파이낸셜 타임스와 CNBC 등에 따르면 무디스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장 프랑수아 트랑블레이는 보고서를 통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우리는 이들 은행이 예상보다 악화된 조건에서 추가로 자본을 확충하지 않고도 이들 국가에 대한 대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PIGS 국가들의 상황이 더 나빠지면 관련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의 은행들이 다시금 금융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지만, 실제 은행들의 자본 상황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디스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10개국 30여개 은행을 대상으로 PIGS 4개국의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에 대한 대출 규모, 국채 매입규모 등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무디스는 특히 국가채무에 따른 위기가 고조돼 은행들이 현재보다 20%나 더 낮은 가격에 이들 국가의 채권을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할 상황을 가정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유럽 은행들이 견딜 만한 자본 완충력을 갖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무디스는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은행이 구체적으로 어느 곳인지는 적시하지 않았으나, 평균 자기자본비율은 9%를 충분히 넘었다고 밝혔다. 또 대부분 은행들에 있어 이들 4개국에 대한 채권은 국채나 공공부문 부채보다 주거용 모기지와 기업여신 등 민간부문 부채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러나 무디스의 테스트가 비현실적이라는 반론도 소개했다. 이볼루션 시큐리티스의 채권 리서치헤드인 게리 젠킨스는 "만약 이들 국가의 채권을 모두 헐값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 실제로 닥친다면 시장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못하겠다"며 "(무디스 보고서는) 어디까지나 가정 상의 실험일 뿐 현실성이 없다"고 폄하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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