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위한 순조로운 출발이냐, 60년 전의 이변 재현이냐.
13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로열 바포켕에서는 남아공월드컵 C조 예선 첫 경기 잉글랜드-미국전이 열린다. 초반 조별리그 가운데 경기 안팎의 이런저런 이유로 가장 관심을 끄는 매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으로는 '삼사자 군단' 잉글랜드의 우세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우승국인 FIFA 랭킹 8위 잉글랜드는 예선에서의 파죽지세(9승1패)를 이어 가며 두 번째 우승을 거머쥔다는 각오다. 그러나 1950년 브라질월드컵에서 0-1 패배를 안겼던 미국이 첫 상대라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은 당시 조별리그에서 최강 잉글랜드에 고배를 안기며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60년 만에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만난 미국은 FIFA 랭킹 14위로, 한국의 첫 상대인 그리스(13위)보다도 아래지만, 결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 이번 대회까지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고, 지역예선에서도 6승2무2패로 북중미 맹주로서의 위용을 뽐냈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스페인(2위)의 A매치 36경기 무패 기록을 막아선 것도 미국이었다. 최종 엔트리 23명 중 8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이다.
A매치 42골에 빛나는 미국 대표팀의 미드필더 랜던 도너번은 "잉글랜드전만을 기다려 왔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결승전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팀의 맞대결에서 키 플레이어는 잉글랜드나 미국이나 공히 잉글랜드 간판 공격수 웨인 루니다. 루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2009~10시즌 리그에서만 26골을 넣은 '득점 기계'다. 그러나 둘째 가라면 서러운 다혈질이기도 하다. 루니는 지난 8일 남아공 클럽팀과의 경기에서 심판에게 욕설을 퍼부어 구설에 올랐다. 2006년 독일월드컵 포르투갈과의 8강전서도 성질을 다스리지 못해 퇴장 명령을 받았다. 미국으로서는 루니를 대상으로 한 집중적인 신경전이 효과적인 전술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잉글랜드-미국전은 국제 테러단체 알 카에다가 테러 계획을 공공연히 밝힌 타깃으로도 전세계인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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