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1일 내놓은 기소권 견제방안은 일견 파격적이다. 1948년 검찰청법 제정으로 법원으로부터 독립된 검찰청 조직을 설립한 이후 62년 간 유지해온 기소독점을 스스로 완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으로 보장된 기소독점권으로 인해 검찰은 그간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둘러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스폰서 문화 역시 견제 받지 않는 검찰권력의 이면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검찰이 중요 사건에서 시민이 기소ㆍ불기소 여부를 직접 심의하는 검찰시민위원회를 만들고, 추후 미국식의 대배심제도 도입을 추진키로 한 것은 이 같은 비판을 일부 수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검찰의 기소권을 견제하는 수단은 항고ㆍ재항고, 재정신청, 헌법소원 등이 있었지만 모두 검찰의 불기소 처분만을 통제하는 장치라는 한계가 있었다. 또 항고ㆍ재항고는 동일 기관인 검찰이 자신의 잘못을 판단한다는 점에서, 재정신청은 대상범죄가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헌법소원은 기소를 강제할 수 없는 사후적 수단이라는 점에서 각각 한계를 지녔다.
반면, 검찰시민위원회나 기소대배심 제도는 '부당한 불기소'외에 '부당한 기소'까지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다. 검찰은 미국의 대배심제도와 일본의 검찰심사회제도의 장점을 뽑아 한국형 기소대배심 제도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식 대배심은 법원이 선정한 12~23명의 배심원단이 검찰의 수사결과 등을 심의해 다수결로 기소여부를 결정한다. 일본의 검찰심사회는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내려진 후에 불기소 결정에 불만이 있는 고소인과 피해자 본인 등이 심사를 청구하는 제도다.
그러나 대배심 제도가 언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검찰 관계자는 "우선 형사소송법 전체를 수정한 뒤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시점을 예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사법부가 평결에 강제력을 갖는 재판배심제를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기소대배심을 도입하겠다는 검찰의 입장은 위헌소지가 다분해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견해도 있다. 헌법 27조 1항이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배심원의 평결을 판사가 반드시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개헌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배심제와 기소배심은 아무 논리적 연관이 없다"며 "검찰이 이를 걸고 넘어지는 것은 기소배심을 당장은 도입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재판배심 없이 기소배심만 채택한 국가는 하나도 없다"면서 "법원이 사실인정 권한을 지키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배심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시민 9명으로 구성되는 검찰시민위원회가 뇌물ㆍ정치자금ㆍ부정부패 등 중요사건의 기소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그러나 검찰시민위원회는 검사가 요청해야 심의를 시작할 수 있게 돼 있고, 위원회가 내놓는 의견도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검찰시민위원회 명단과 심의록은 비공개할 방침이어서 추후 논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검찰은 매우 의욕적으로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이 개혁안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나 상설특검 설치 등 외부의 개혁 요구를 잠재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국민의 검찰개혁 요구를 외면하는 면피용"이라며 "기소여부를 심사하더라도 검찰이 자신들의 비리에 대해 아예 수사를 하지 않는 경우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준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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