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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잊어라" 중년 남성 소비자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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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잊어라" 중년 남성 소비자의 반란

입력
2010.06.1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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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모(40)씨는 최근 프랑스 출장을 앞두고 시내 면세점을 찾았다. 화장품을 사다 달라는 아내의 부탁도 있었지만 자신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수입 남성용 로션을 다 써 가기 때문이다. 이씨는 또 휴대폰을 2개 갖고 있는 투폰족이기도 하다. 기존 휴대폰 약정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친구들 권유로 스마트폰을 하나 더 구입한 것. 이씨는 "전에는 아내와 아이만 생각했었는데 최근에는 해외 출장 때 반드시 나를 위한 선물도 구입한다"며 "나만의 스타일을 위한 소비에서 큰 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저씨는 잊어라, 새로운 소비 권력 중년 남성이 떴다.'

가족을 위한 헌신이란 전통적 가장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 새로운 자아 찾기에 나선 중년 남성들이 늘며, 이들을 겨냥한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여기던 과거 중년층과 달리 경제적 기반을 바탕으로 자신의 건강과 취미, 여가나 외모에 관심이 많은 40대 이상 남성 소비자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이러한 변화가 가장 먼저 감지되는 곳은 의류ㆍ화장품 분야다. '꽃중년'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며 딱딱한 정장 뿐 아니라 스포츠나 캐주얼 브랜드로 다양하게 옷맵시를 뽐낼 줄 아는 40대 이상 남성이 확산되고 있다. 11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은 한 자릿수 신장에 머물고 있는 반면 40대 남성이 주요 소비자인 비즈니스 캐주얼 편집 매장이나 남성 캐주얼 정장의 매출은 1~5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23%나 증가했다. 한 조사에선 40대 남성 선호 브랜드로 2005년 11위였던 루이비통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 만큼 40대 남성이 패션에 신경을 쓴다는 반증이란 설명이다.

LG생활건강은 중년 여성을 위한 화장품 '후'가 인기를 얻은 후 브랜드 홈페이지에 중년 남성용 제품에 대한 요청이 쇄도하자 '후 군'을 내 놓은 경우다. 이 회사는 중년 남성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피부관리 코스도 개발 중이다.

특히 최근 40대 남성은 20~30대의 뒤를 잇는 스마트폰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며,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새 타깃이 되고 됐다. KT의 아이폰 이용자 연령대별 분포에 따르면 20~30대에 집중됐던 출시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40대 이용자의 비율이 두 자릿수대로 늘고 있다. 이들 중 남성 소비자는 6대 4로 여성보다 비중이 더 크다. 이에 주요 백화점은 40대 이상 남성을 겨냥한 스마트폰 강좌를 여는 것은 물론 남성용 미용 수업 등도 새롭게 선보이는 추세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는 남성용 천연 화장품 만들기, 남성의 이미지 메이킹 등의 강좌까지 진행하고 있다.

한편 건강 기능식품 업체인 대상웰라이프는 제품명을 아예 '중년'의 의미를 담아 '미들러' (middler)로 정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이러한 흐름과 관련, "지금의 40대 이상 남성 소비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한 전후 베이비부머의 마지막 세대이자 현 디지털 시대에 차츰 적응해 가는 일종의 이민자로서 그간 충족시키지 못했던 자아실현의 욕구가 큰 계층"이라고 설명했다. 중간에 낀 샌드위치 세대인 중년 남성들이 이제 경제력을 바탕으로 소비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고자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구매력과 뚜렷한 선호도를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기업들이 공략해야 할 주요 소비층으로 꾸준히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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