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파가 끝나니 곧바로 섭씨 30도가 넘는 폭염이다. 수천 년간 유지돼 온 한국의 사계절이 사라져 가는 등 환경 파괴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에 소비자의 환경의식도 전에 없이 성숙해지고 있다. 최근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같은 조건이라면 친환경 상품을 택하겠다는 의견이 80%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다. 알뜰한 우리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보다는 값싼 제품을 선호한다. 기업이 친환경 기술 개발과 원료구매 등에 드는 비용을 가격을 통해 보상 받는 까닭이다. 또 시장에 출시된 친환경 제품 중 상당수는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기능적 편익을 기대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친환경 제품에 호의적이면서도 사용하기 어렵고 가격이 비싼 제품으로 여겨 적극적으로 구입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친환경 경영을 원하는 기업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비자에 대한 섬세한 고려 없이 단지 자사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아니면 제품 라인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친환경 제품을 내놓고 이를 친환경 경영이라고 한다면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될 뿐이다. 소비자에게 더 큰 편익을 제공하고 경제적인 제품을 만들어 자발적 구매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수익의 일정 부분은 사회에 환원하는 등 기업과 사회가 녹색성장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야 한다.
따라서 애경은 환경에 대한 전사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소비자 지향의 친환경 경영을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달에는 세제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여 포장재, 운송에너지, 폐기 에너지 등을 절반으로 줄인 친환경 세제를 선보이는 등 거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모든 친환경 제품의 가격을 동일하게 유지해 제품 구매자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능 중심의 제품 디자인을 통해 누구나 쉽고 편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3월에는 CEO 직속기구로 '친환경사무국'을 출범시켰다. 이를 중심으로 3년 내에 세제뿐만 아니라 50여개의 모든 생활용품 브랜드를 친환경 제품으로 바꿀 예정이다.
괴테는 '자연과 가까울수록 병은 멀어지고, 자연과 멀수록 병은 가까워진다'고 했다. 기업에 있어 병은 곧 소비자의 외면이요 시장에서의 도태다. 그렇다고 말로만 친환경을 외치는 것은 곤란하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환경 활동에 동참하도록 기업은 고객의 친환경 소비를 위해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고광현 애경산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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