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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웬일이니, 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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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웬일이니, 물회

입력
2010.06.1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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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은 '물회'가 먹고 싶다. 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해지는 것이 물회의 맛이다. 생선을 물에 말아먹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일 것 같다. 그렇다고 물회를 '생선회+물'로 단순하게 계산하면 맛의 답이 나오지 않는다. 우선 횟감이 싱싱해야 한다. 내가 즐겨가는 물회집은 '무조건' 자연산 횟감이 기본이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 입맛이 생선에 대해서는 까다롭다. 자연산과 양식은 금세 표가 난다. 씹히는 맛이 다르다. 물컹물컹한 물회를 내놓다가는 더 이상 장사 못한다. 손님이 왕이 아니라 식약청에서 나온 검사관인 셈이다. 입소문이 무섭다는 것이다. 사이다를 물회에다 붓는 것은 이젠 물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물회의 물을 사이다가 대신했던 것은 '쌍팔년도' 식이다. 내 단골집 영업비밀이지만 물회의 물을 맛으로 소문난 울산 배를 갈아 만든다. 얼큰한 맛을 내는 갖은 양념은 기본이고, 살짝 해삼 몇 토막을 뿌려주는데 해삼 씹히는 맛이 '예술'이다. 유명 물회식당의 상호가 대부분 '부산물회' 아니면 '포항물회'다.

재미있는 것은 포항에서는 부산물회 상호가 인기고 부산에서는 포항물회 상호가 인기다. 지금쯤, 제주 서귀포 보목에서는 물오른 '자리물회'가 제 맛을 바짝 내고 있을 것이다. 그곳 자리물회는 찌그러진 냄비에 된장을 풀어 내놓는다. 입안 가득 침이 돈다. 당장 제주 한 번 다녀와, 말아.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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