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에 올라가 옆으로 돌을 던져 보자. 원의 모습을 그리며 떨어진다. 더 높이 올라가 더 세게 던져 보자. 더 큰 곡선을 그리며 더 멀리 떨어진다. 하늘 끝까지 올라가 굉장한 힘으로 옆으로 던진다면? 그 곡선이 지구표면의 모습과 같아지는 수준에 이르면 돌은 땅에 닿지 않고 계속 원을 그리게 된다. 높이 올라갈수록 좀 살살 던져도 될 터이며, 낮을수록 던지는 힘은 커야 할 것이다. 부족하면 결국엔 땅으로 떨어지고, 지나치면 아예 지구 밖으로 나가 버린다. 어렸을 적 어떻게 인공위성이 계속 지구를 도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이었다.
■ 그 분이 살아계신다면 나로호 발사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이어졌을 터이다. 지난해 첫 발사 때엔 하늘 끝까지 올라가긴 했으나 옆으로 돌(인공위성)을 던지려는 순간 호주머니(페어링)에서 돌을 꺼내지 못했다. 이번엔 호주머니도 다시 만들고 돌도 새로 장만하며 준비를 철저히 했는데 하늘 끝까지 올라가려는 순간 갑자기 힘이 쏙 빠지며 주저앉아 버렸다. 호주머니도 돌도 사용해보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으니 아쉬움이 더욱 크다. 하늘 높이 올라가는 1단계 로켓 기술과 페어링을 벗겨 인공위성을 정확한 속도로 옆으로 던지는 2단계 점화 기술이 우주로 가는 요체다.
■ 로켓이 높이 올라갈수록 인공위성의 속도는 줄어들게 되고 인공위성의 고도가 낮을수록 빠른 속도로 지구를 선회하여야 한다. 인공위성의 속도가 24시간마다 지구를 한 바퀴씩 돌게 되어있어 지표면에서 볼 때 언제나 일정한 위치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지위성의 경우 약 3만5,000㎞ 이상 높이 올라가야 한다. 이번 나로호의 기술위성2호는 지표면에서 불과 300여㎞ 높이에서 선회토록 설계돼 있었다. 그러려면 지구 주위를 103분 정도마다 한 바퀴씩 돌아야 중력을 이겨내어 추락하지 않는다. 결국 1단계 로켓 기술이 모든 상황을 결정하는 셈이다.
■ 나로호 1단계 로켓 기술은 러시아의 몫이고 2단계 이후 과정이 순수한 우리 기술로 진행돼 왔다. 나로호 개발사업이 본격 시작된 지 8년인데 여전히 '러시아가 하늘 끝까지 올려 주어야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현실이다.'러시아 담당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으니 3차 발사에서 러시아가 우리를 다시 업어줘야 한다'는 정부 요구가 안타깝게 들린다. 우리 기술은 검증조차 못했고, 엄밀히 이번 실패는 러시아 로켓의 실패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자긍심을 갖기 위해선 과학기술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필요하다. 우선 과학기술부부터 부활시켜야 한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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