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타운센드 지음ㆍ심승우 옮김/한겨레출판 발행ㆍ262쪽ㆍ9,800원
이스라엘이 지난달 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 구호선을 공격한 것은 '국가테러'였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평가다. 그러나 9ㆍ11 테러 이후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을 주도해온 미국은 이를 묵인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유별난 관계 때문이겠지만, 무엇을 테러행위로 볼 것인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테러리즘 연구의 권위자인 영국 킬대학 찰스 타운센드 교수가 쓴 은 테러리즘에 대해 이성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 타운센드는 9ㆍ11 테러 이후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의 주도로 테러리즘을 매도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2002년 이 책을 썼다.
이슬람 과격단체의 서구사회에 대한 테러를 테러리즘의 전형으로 보는 것이 지금의 일반적 인식이지만, 테러라는 말이 프랑스혁명 당시 혁명정권의 테러정치(1793~1794)에서 유래했다는 저자의 설명은 이런 인식이 편견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저자는 국가나 정권 차원에서 자행되는 테러정치, 기존 정부 체제를 공격하는 혁명적 테러리즘, 테러와 민족주의, 테러와 종교 등 테러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풍부한 역사적 사례를 들어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테러리즘에 대해 국제적으로 일치된 정의를 도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황위 계승자였던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암살로 촉발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뒤, 국제연맹은 1937년 테러리즘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을 추진했다. 그러나 테러리스트에 대한 국제연맹의 정의를 영국이 문제 삼고 나서 협약은 실행되지 못했다.
9ㆍ11 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의 유엔총회에서 영국의 블레어 총리가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에게 테러리즘에 반대하는 국제적 연합에 동참하도록 설득했을 때의 상황도 유사하다. 아사드는 "우리는 저항운동과 테러리즘을 구분합니다. 저항운동은 유엔이 보장하는 합법적 권리입니다. 그 누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대항해 레지스탕스 운동을 이끈) 드골을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저자는 테러리즘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시각을 교정하려는 듯 곳곳에서 국가테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테러리스트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유의 투사일 수 있다"는 상대주의적 관점이 느껴진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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