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는 11일 나로호 2차 발사 실패를 조사할 한러 실패조사위원회(FRB) 구성에 합의했지만 조사활동의 순항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3차 발사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건 마찬가지다.
한러 양측은 10일 나로호 발사 실패 후 전문가회의를 두 차례 여는 등 사실상 조사활동에 들어갔으나 러시아 전문가들은 폭발 원인을 1단 로켓 문제로 단정짓는데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3차 발사를 둘러싼 양국간 신경전이 이미 시작된 셈이다.
누구 책임인가, 벌써 팽팽한 신경전
10일 나로호 발사 실패 후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나로호는 1단 연소 구간에서 비행 중 폭발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러시아 측에 책임이 있음을 내비치며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는 대로 3차 발사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10일과 11일 각각 열린 1차와 2차 한러 전문가회의에서 우리 전문가들은 나로호 비행 데이터와 상단 카메라 영상자료를 근거로 1단 로켓에 이상이 생겨 나로호가 폭발했을 것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나로우주센터 제주추적소에서 수집한 1단 비행데이터를 확보했음을 밝혔다. 1단 로켓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가능한 모든 자료를 조사한 다음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러시아 현지 전문가들도 신중한 입장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러시아 항공산업연구원 관계자는 10일 러시아 관영통신 리아노보스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방송사의 자료화면을 보면 발사 후 137초에 불꽃이 튄다"며 "이는 2단 로켓이 너무 빨리 분리됐거나 1단이 2단에서 분리될 때 추진체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1단 로켓만의 문제가 아니라 2단 로켓과의 연관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정부기관지 로시스카야 가제타도 "나로호 실패 원인이 러시아가 책임진 1단에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좀더 공정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이 같은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2004년 한국과 맺은 계약 때문이다. 이 계약에 따라 1단 로켓 제조회사인 러시아의 흐루니체프사는 한국으로부터 2억 달러(약 2,500억원)를 받고 나로호 1단 로켓을 2개 만들었다. 계약에는 러시아의 잘못으로 발사가 실패할 경우 1회 추가 발사를 진행하기로 돼 있다.
나로호 2차 발사가 확실히 1단 로켓 결함 때문인 것으로 결론 나면 러시아는 꼼짝 없이 3차 발사를 위해 1단을 한국에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 3차 발사 진행 여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러 전문가회의에서 기술적 검토를 마치면 이 결과를 토대로 한러 실패조사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정하게 된다.
러시아, 원인 규명에 소극적일 듯
결국 러시아 측은 1단 로켓 결함을 밝히는데 소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나로호는 발사 137.19초만에 폭발했기 때문에 기록돼 있는 데이터가 적다. 결국 추락한 기체 잔해를 수거해 분석하는데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1단 로켓 수거와 분석은 양국간 계약에 따라 기본적으로 우리가 관여하지 못하게 돼 있다. 우리 해군이 11일 수거한 해상 부유 잔해도 러시아의 동의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분석작업에서 러시아 측의 '일방통행'을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큰 덩어리의 잔해 수거와 관련, "바다 깊이 가라앉은 잔해는 위치 좌표를 찾기 어려운 데다 해류 때문에 건져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거에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러시아가 굳이 적극 나서겠느냐"고 귀띔했다.
3차 발사가 결정되면 러시아는 추가 비용을 들여 1단 로켓을 만들고 많은 인력을 나로우주센터에 파견해야 한다. 또 1차 로켓에 결함이 확인되면 이를 수정하기 위해 수 차례의 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3차 발사를 하기로 양국이 합의한다 해도 2년 이상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