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가 어제 항소심 재판에서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이 당선자는 지방자치법 규정에 따라 7월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돼 행정부지사가 대행하게 된다. 도정 인수와 취임 준비에 몰두해야 할 이 당선자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강원의 변화'를 기대한 도민들의 실망이 클 것이다.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직무를 대행할 행정부지사가 이 당선자의 도정 구상을 충실히 옮기기는 어렵다. 게다가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도지사직을 상실한다. 도정의 장기 공백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안타까움이나 우려가 사법 절차의 헌법적 정당성과 판결의 효력을 넘어설 수는 없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 이 당선자 본인과 민주당이 과거와는 달리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은 반응을 보인 것이 주목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치자금법이나 선거법위반 재판에서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무조건 '재판의 정치성'을 외치며 사법부와 정부ㆍ여당을 싸잡아 비난하던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
이 당선자는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의 직무정지 고시를 기다려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 지방자치법 관련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사를 청구하는 헌법소원을 낼 뜻을 밝혔다. 법에 정한 절차에 호소하겠다는 것이다. 항소심 변론재개 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시하는 데 그쳤다. "강원 도민이 진정한 배심원"이란 말조차 스스로 위안으로 삼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결코 작지 않은 변화이다. 이를 계기로 여야를 가림 없이 정치권이 뚜렷한 합리적 근거 없이 사법부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습관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사법부의 권위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자신들이 공들여 법을 만들어 놓고도 막상 적용대상이 되면 사법부를 겨냥하는 자기모순은 국민의 법의식과 정의 관념을 혼란스럽게 한다. 사법 절차와 순리를 좇은 이광재 당선자의 선택은 올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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